인터뷰-로버트 서터 박사

입력 1997-03-25 15:09:00

"북한 정치상황 불안"

북한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길거리에 굶어죽은 아이들의 시체가 버려져있을 정도로 심각한 식량난과 권력 내부 소요로 '급속붕괴설' '무정부상태설' 등 북한 체제 위기에 대한 외신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이에 본사는 대구아메리칸센터 주관으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중국 정세 분석가로도 활동한아시아.태평양문제 전문가 로버트 서터 박사(미 의회도서관 조사연구국)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현재 북한 상황을 긴급 점검해본다.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북한이 '소요와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논평한바 있다. 북한이 내부소요로 인해 급속붕괴하거나 군사적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은.▲북한의 정치상황에 대해 인식해야 할 것은 실제로 아는 사실은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 정치상황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며 한반도 안정을 깨뜨리지 않도록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군사 억제력으로 북한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 군사 도발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의 망명사건은 북한.중국 및 한국.중국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황비서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남북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황비서문제를 한단계씩 풀어나간 중국 외교의 성공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필리핀과 한국에서 황비서의 안전문제가 남아있지만 한국당국이 주도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으로 무정부상태에 빠져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외부에서 북한의 식량난을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 중국이 지난 1년동안 북한에 식량을 지원한 것을 보면 북한의 현재 식량 사정이 심각한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국제사회가 원조한 식량을 군량미로 전용할 가능성은 여전이 남아있다. 북한이 군량미의일부를 일반인에게 나눠줬으면 식량난이 이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바로 이같은 이유때문에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식량 원조에 신중해질수밖에 없는 것이다. 식량이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지급된다는 확신만 있다면 흔쾌히 주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북한이 오는 6월쯤 대만 핵폐기물 6만배럴에 대한 인수에 착수할 것으로 보여 한국측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으나 미국은 이 문제를 그렇게 비중있게 다루고 있지 않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미국으로서는 한국과 대만이라는 두친구 사이에 끼어있는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법규를깨뜨리지 않는한 어느쪽의 손도 들어줄수 없는 입장이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핵개발계획을 포기했지만 8kg까지 플루토늄을 생산, 원자탄 제조 능력이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수로를 가동시킬 주요 장비가 북한에 도착하기 전에 북한의 핵투명성 여부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데.

▲현재 북한의 핵투명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본다. 제네바핵합의문 타결은 당시 북한의 핵투명성 확보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었고 이를 착실히 이행하고 있어 위험도가낮아진게 사실이다.

-대만은 북한 핵폐기물 반입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무역 보복조치를 발표하는등 한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반면 북한과는 무역사무소 개설 논의 등 관계 강화에 나서고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데.

▲북한과 대만의 관계 개선은 오히려 북한이 군사적 발전보다 경제발전을 위해 대외 개방적인 자세를 취한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다고 본다.

-클린턴 미국정부는 식량 지원 등 유화제스처를 쓰며 북한의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내에서도 일부 강경론자들은 북한이 조기 멸망토록 놔두는 것이 한반도사태 해결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북한의 붕괴를 촉진시키는 것이 낫다는 의견은 미국의 이해에도 맞지 않는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다. 북한의 급속 붕괴는 필수적으로 남한에 대한 군사행동이 뒤따를 것이며 이것이 시사하는위험을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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