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부적(符籍)은 불가와 도가, 원시 자연신앙에서 불로장생을 기원하고 악귀를 쫓아 재앙을방지하기 위해 부자(符字)를 적거나 판화 형식으로 찍은 종이를 일컫는다.
동물의 뼈와 뿔·이빨이나 돌, 인형, 쇠붙이등의 형태를 가진 것도 있지만 이들 입체적 상징물들이 평면 형태의 부적과 달리 부작(符作)으로 지칭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부작은 흔히 나무판에 부적의 원판을 새기는 부각(符刻)이 주를 이룬다.
"왠지 부작을 대하면 고향의 냄새가 나는 듯합니다. 그러나 부작을 하나의 전통이라기보단 단순한 원시문화의 산물로 보는 편견때문에 서각가들중에서도 부각 작업을 겸하는 이가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10여년간 부각 작업에 몰두해온 장우철(張宇喆·39)씨. 수년전 한국무속박물관의 부작 소장품과자신의 작품들을 모은 부작 전시회를 갖기도 했던 그는 부작을 작품의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렸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그의 부작엔 어김없이 '백두(白頭)'라는 호와 낙관이 함께 새겨진다. 예전엔 점집이나 철학관등에서 그의 부작을 구입하려는 주문이 잇따랐지만 요즘 그는 부작이 '작품'이 아닌 영업의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원치않는다.
한때 신춘문예에 심취했던 문학청년 장씨가 부작에 빠져든 것은 불상조각등 목공예와 서각 작업으로 학비를 벌며 고교와 전문대를 고학으로 다니게 해준 남다른 손재주 덕분. 지난 86년엔 팔만대장경을 복원해 보겠다며 해인사에 들어가 2년간 서각 공부를 하기도 했다.
신장부(神將符), 병부(病符), 삼재부(三災符), 천보부(天輔符)등 부작의 종류도 많지만 현재 열중하고 있는 작품은 12지신상을 소재로 한 것. 한해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은 부자(符字)와12지신을 새긴 작품으로 94년부터 1년에 한 작품씩 12년을 이어 작업할 계획이라 귀띔한다.부작의 재료는 돌배나무와 자작나무도 무난하지만 다섯 방위를 가리키는 오행목(벼락맞은 복숭아나무와 대추나무, 느티나무, 버드나무, 소나무를 지칭)이 물에 가라앉을 정도로 강도가 높아 최고로 친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재료가 최고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창작론이다.
"부적도 전통문화의 일종인데 현재의 부적 관련서들은 체계적 분석과 내용을 갖추지 못한 상태입니다. 1-2년내에 부적 문화에 대한 책 출간과 함께 부작 작품들만을 모은 개인전을 열 계획입니다"
대구시 동구 신천동 두어평 남짓한 작업실(754-9463)에서 서각도를 망치로 두드리며 작업에 한창인 장우철씨. 쉴새없는 칼질속에 '작품'으로서의 부작을 고집하는 그의 열정이 고인다.〈金辰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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