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가에는 '국가대란설'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검찰의 한보재수사 여파차원이 아니다. 기존의 정치판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것이다. 4,5,6월 총체적 위기설이 항간에 마구 나돌고 있다.
그 대란설의 요체는 역시 김현철씨 한보2천억원 리베이트설이다. 만약 이 설의 상당부분이 드러날 경우에는 김영삼대통령이 하야를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여당내 정보분석통인 모의원도 "리베이트설이 어느정도 사실로 밝혀지면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 질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이렇게 치닫게 되면 정국은 헌정중단사태 등 극도의 혼미 양상을 맞을 게 뻔하다. 벌써 국민회의의 김대중총재도 이런 상황을 예측,신중한 모습을 보이는등 노련한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현재 정국은 80년의 혼란기 못지 않게 혼돈을 거듭하고 있다는 게 정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경제는 한보, 삼미그룹의 부도로 연결되며 최악의 상태를 보이는데도 뾰족한 대책한번 마련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다. 게다가 대통령은 현철씨문제에 좌초되어 사실상 대통령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못하고 있다. 이는 정권말기와 겹쳐 레임덕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공직사회의 기강도 허물어져 있다. 한마디로국가가 병을 알면서도 손도 못쓰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국민들 사이에서는유언비어들이 난무하는 등 민심이반이 극에 달해있다. 한마디로 국가가 어디로 갈지모르는 난파선과 같은 꼴이라도 해도 무리가 아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정치권 입장에서도 상황은 심각하다. 특히 여권의 위기를 떠나 정치권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고정가의 분석통들은 이구동성이다.
가장 큰 불안요인은 역시 여권의 혼란이다. 예전에는 정국의 불안속에서도 집권여당은 엄연히 버팀목구실을 했다. 그러나 이제 이 성역마저 깨졌다. 정가관측통들은 현재 여권의 지지폭이 전두환,노태우정권시절과도 비교가 되지 않고 붕괴되기전인 이승만정권보다 못하다는 악평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집권 여당의 추락도 그속을 들여다 보면 더욱 어둡다. 집권당의 기축세력이 붕괴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당내 중심세력이 와해되어 버렸다. 민주계도 이미 표류하고 있으며 민정계도 근간세력이아니다. 그렇다고 이회창대표체제가 당을 끌고갈 정도로 힘을 갖고 있지 않다. 이제 그는 당장악의 출발선에 나섰을 뿐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당통제력도 상실된 마당에 여당을 추스를 만한세력이 없다는것이다.
특히 야권의 상황은 여권의 목을 죄고 있다. 여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불만이 야권의 지지확산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와 자민련 김종필총재도 국민들이 의지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다만 여권에 대한 실망으로인해 야권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래서 야권이 만만찮아졌다. 여권의 어느 후보도 대선에서 이길수 있다는 낙관도 이제 더이상 신화가아니다. 그러나 야권이 아직 정국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것같지는 않았다는게 정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처럼 여야의 상황을 진단하면 정치권은 정국을 주도해 나갈 주축세력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모두 다 취약한 상태다. 이럴 경우 외부적 정치상황이 이 정치권에 충격을 주면 정치권 자체가모두 동요하는 상황이 오게된다. 이것이 요즘 정가에 떠도는 '정치권공멸설'과 무관치 않다.신한국당의 이회창대표측도 사실 이대목에서는 민감하다. 이들은 대선가도의 주변수로 박찬종·이한동고문,김덕룡의원 등 반이회창전선의 연대에 두지 않고 오히려 야권 두 총재의 향후 정치적대응에 두고 있다. 큰 적은 내부보다는 외부에 있다는 판단이다. 정치구도가 흐트러지면 이대표의대선가도는 차질이 올게 뻔하기때문이다.
이미 김대중총재도 이같은 정치상황을 감안한듯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신도 여차하면 정치권 파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국혼돈상황이 도래하면 정치지도자들이 대타협에 나설 것이란 다소 낙관들도 있다.
이런 탓에 정치권에서는 내각제개헌얘기가 시간이 갈수록 퍼지고 있다. 실제로 각종 국민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내각제 개헌에 대한 선호도가 대통령제를 앞서고있다. 대통령 1인제의 폐해가 국민들의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문제도 간단치가 않다. 내각제개헌이 3김체제의 지속과 권력 나눠먹기라는 일그러진 면에 대한 내각제반대 국민들, 특히 학생층의 저항도 거세질 게 명약관화하다.
신한국당의 모의원도 "정국혼란의 극복차원에서 내각제를 도입한다면 혼란을 오히려 더욱 부추길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어쨌든 4월들어 정국이 혼란상태로 빠져 들수록 내각제가 한층 더 힘을얻을 것이란 분석이 정가에 지배적이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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