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단체급식 고려해야

입력 1997-03-24 14:11:00

고등학생들의 도시락 풍속도가 급변하고 있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학교생활을 해야하는 고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점심(낮 12시40분 전후)이나 저녁식사(오후5시40분 전후)때면 성장기 자녀들에게 정성이 담긴 따끈한 밥을 먹이기위해도시락을 날라오기 바쁘며, 학교 인근 식당들도 학생 도시락을 배달하기에 분주하다.일부 학교에서는 오래전에 도시락 대를 만든 곳도 있으며 식사시간이면 1백여개의 도시락이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일부 학생들은 새벽 등교를 맞추기 위해 아침을 거른채 등교, 아침부터 샌드위치와 우유로 때우기도 한다. 학교 인근 식당들은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부상된 도시락시장을 잡기에 혈안이 돼있다.

고교 1년생 아들을 둔 서봉순씨(전 신일전문대교수·요리연구가)는 "책가방만 해도 10㎏ 이상으로 엄청 무거운데 하루에 2개씩 싸는 도시락과 간식가방이 또 한보따리"라며 "가정별 도시락 편차로 인한 친구간 위화감을 줄이고 식습관을 개선시키며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분을 전체 학생들에게 골고루 공급하려면 단체급식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혜화여고 1년생 딸을 둔 오봉주씨(대구시 수성구 장원맨션)는 매일 오후 5시만 되면 딸의 저녁도시락을 갖고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을 하루도 빠뜨린 적이 없다. 도시락을 싸오는 어머니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많아져 입시반의 경우 학모의 절반 가량이 도시락을 나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3년생 자녀를 둔 한 주부는 학교 인근 쌈밥집에서 3천5백원짜리 저녁을 일주일 단위로 계약했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들이 카레라이스 돈가스 등을 먹고 싶어하는데다가 서너가지 반찬에따끈한 국물까지 달린 식단이 맘에 들어 저녁은 사먹인다"는 그는 집에서 도시락을 장만하는 것보다 외식이 경제적이라는 견해도 편다.

계명대 생활과학대 1년 강모양은 "엄마가 직장생활을 하는 바람에 밥집의 도시락 저녁을 한달간먹었는데 처음 일주일간은 괜찮다가 그다음부터 물려서 먹기 싫었다"고 털어놓았다. 강양은 모교가 지난해부터 어머니들의 도시락배달을 허용, 한반에 3~4명이 이용하는 것 같았다고 들려주었다.자녀들이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되면서 도시락 뿐 아니라 딸기 토마토 사과 등과일이나 롤케이크 쥐포등 간식거리를 싸주는 것도 기성세대의 학교생활과는 다른 풍속도. 일부의리파 학생들은 간식을 싸오지 않는 친구보기가 민망하다며 도시락만 챙겨가는 바람에 어머니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최명주씨(대구시 수성구 만촌2동)는 "요리를 한지 1시간 이내가 음식맛이 가장 좋다"며 "비정상적으로 오래 머무러야하는 고등학생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않고 성장기에 적당한 영양분을적기에 공급하려면 단체급식을 고려해봐야한다"고 강조한다.

〈崔美和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