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세계화와 호칭

입력 1997-03-22 14:36:00

우리가 상대방을 일컫는 표현도 세계화 추세에 맞춰 바꿔야겠다는 느낌을 종종 갖는다.서비스업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호칭을 보면 종사자를 머슴부리듯 '어이, 이봐, 총각, 언니'나약간은 점잖은 '보소, 이모, 아줌마, 마담'과 같이 어감이 좋지 않고 어의에도 맞지 않는 것들이많다. 이왕이면 부드러운 태도로 '여보세요, 주인어르신, 아주머니, 아가씨'로 부르면 보기에도 좋고 서비스가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민족이나 국민을 일컬을때에도 합당한 단어를 사용하기보다는 그들을 깔보거나 무시하는 비속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언어에서든지 이민족을 비하하는 표현이 있겠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처럼 흔히 들을수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단 입이 열렸다하면 '미국놈, 일본놈, 중국놈…'하며 '놈'이란 어미를 갖다 붙인다. 그리고는 주위의 외국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흑인을 깜상.연탄.깜둥이, 서양인을 양코배기, 중국인을 짱꼴라.뗏놈, 일본인을 왜놈.쪽발이로 거침없이 표현한다. 해외에서 입국수속을 하면서 또는 주변의 외국인을 힐끗힐끗 보면서 이런 비하된표현을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위험천만한 경우를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젊은이들의 언어문화에서 유행하는 잘못된 호칭의 사용은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더 나아가 외국인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대학에서 남녀학생 모두가 남자선배를 형이라 부르고, 젊은이들사이에서 약간의 친분만 있으면 연상의 남성을 오빠라 부르고, 부인이 남편을 '아저씨, 아빠'라칭하는 것을 듣고서 외국인들은 한국의 대학생들이 모두 형제간인 줄 안다거나, 남편과 시아버지를 동일인으로 오해한다는 다소 과장된 일화도 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상대방을 올바른 표현으로 지칭하는 것도 세계화를 향한 조그만 노력이 될수 있을 것이다.〈대구방송 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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