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보완' 부작용 더크다

입력 1997-03-20 14:42:00

"정부대책 분석"

정부의 금융실명제 보완대책은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같은 목적이 어느정도 달성될지 의문이거니와 차명거래를 방조하고 편법증여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등 부작용이 더클 것이란 지적이 높다.

가장 큰 문제는 편법증여가 성행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자녀이름으로 돼있는 자금을 자녀명의로 실명확인할 경우 10%%(1억원 이하)-45%%(50억원 이상)의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아들의 이름으로 중소기업에 출자할 경우 대략 20%%의 도강세(渡江稅)만 물면 자금출처조사 없이 합법적인 증여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적어도 20%% 이상의 증여세를 물어야 하는거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이러한 방법에 의한 편법증여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또 40%%의 최고세율의 원천징수 세금을 낼 경우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편법증여의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미성년 자녀의 이름으로 거액을 예금해놓더라도 고율(40%%)의 이자소득세만 물면 원금증여사실은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40%%의 최고세율을 선택할 경우 모든 금융저축은 분리과세가 가능해짐에 따라 합의차명에 걸림돌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모든 금융소득을 합산해 소득금액에 따라 누진과세하고 소득에 관한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한다는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나 빌린 사람 모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시행되면 차명거래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분리과세가 가능해짐에 따라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나 빌린 사람 모두 굳이 자기이름을 되찾아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또 양성화 대상으로 잡고 있는 자금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이번 조치로 지상으로 나오게 될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하경제의 속성상 그 규모를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를 시인하고 있다.

이는 이번 대책이 목적으로 삼은 지하경제의 양성화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없다는 것이며 따라서 성패의 정확한 판단도 가리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덧붙여 검은돈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은 돈이라 해도 위험부담이 많은 중소기업 출자에 몰릴 자금이 얼마나 될 것인가도 의문으로 남는다.

정부가 실명제 실시 직후인 지난 93년 10월 한달간 산업은행의 10년 만기 저리채권을 구입하면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해주겠다고 밝혔으나 결과는 이 채권에 몰린 자금이 1천1백42억원에 그쳤다는 사실은 이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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