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세풍'-'민주'잔치는 끝났다

입력 1997-03-20 00:00:00

"서상호〈심의실장〉"

*뭘 모르는 사람들

"우리 민주계가 국무총리나 당대표 혹은 안기부장 자리에라도 앉은 일이 있느냐" "이제와서 민주계 때문에 망쳤다고 말하니 억울하다"고 하는 것이 요즘의 민주계 불만이다.

대통령이 민주계서 나왔으면 됐지 뭘 더 바라는지 모르겠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정치도 망치고경제도 망쳤으면 됐지 또 무엇을 더 망치려고 욕심을 부리는지….

어떻든 이러한 불만의 소리가 민주계 여기저기서 나오더니 드디어 민주계는 18일 정권재창출을위한 민주화세력 모임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이다.'민주'라는 이름만 내걸면 만사형통하던 그 시절로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흔한 왕자병에 걸린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민주라는 깃발을 내걸고 출범한 민주계가 한 일은 정치에서는 '가신(家臣)정치' '비선(秘線)조직''인치(人治)'라는 문민독재등 민주화의 후퇴뿐이다. 게다가 경제에서도 1천억달러가 넘는 외국빚과 2천억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적자등으로 표현되는 부실뿐이다. 또한 기대를 모았던 금융실명제는 지나친 이상추구로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만 골병들여 놓았다. 나라를 이꼴로 만들어 놓고 무슨낯으로 정권재창출 운운하는가.

아무리 생각하기 싫은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해도 왜 90%%가 넘던 YS에 대한 인기도가 10%%대로 떨어졌는지 정도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경제실패-정치실패

민주계는 자주 경제기적을 이룬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에 기여한 민주화세력이 힘을 합쳐 국가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실제상황은 민주계의 독주였다. 그래서 비난의 화살도 민주계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나만이 깨끗하고 옳다는 '민주의 오만'이 결국은 문민독재를 낳은 것이다. 그래서 군사정부는 독재로 출발했으나 운영은 민주적이었고 문민정부는 민주로 출발했으나 운영은 독재였다는 역설이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 세력이 가장 내세우고 있는 민주화도, 따지고 보면 민주화세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은아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로버트 J 바로교수나 문명충돌론으로 유명한 헌팅턴같은 학자들은 산업화가 민주화에 유효했다는 이론을 펴고 있거나 동의하고 있다. 실제로도 세계에서 산업화로 민주화를 이룬 나라는 있어도 민주화를 통해 산업화를 이룬 나라는 아직 이 지구상에는 없다. 따라서 독재적이었던 산업화 세력도 민주화에 크게 이바지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화세력은 말로만 산업화세력을 참여의 대상으로 했지 실제로는 청산의 대상으로 취급했다. 여기에 '小山'김현철씨가 인사까지 간여했었다니 참여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소위 때묻은 사람과 때묻지 않은 사람으로 인위적으로 구분한 참여의 제한은 결국 갈등의정치를 낳았다. 게다가 문민정부는 참여한 일부 운동권과 민주계의 편협된 시각과 지나친 이상추구 그리고 무경험 무책임 무지가 낳은 시행착오등으로 국정의 방향이 없어졌다. 그래서 어느 교수는 개발독재는 효율성이라도 있었는데 문민독재는 이마저도 없기때문에 비판받을 자격조차도없다고 혹평했다. 그래서 군사정부는 정치는 망쳤어도 경제는 살렸는데 문민정부는 정치도 경제도 망쳤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아마 역사적으로 무능으로 인해 정치를 잘못한 첫 정권으로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 민주화세력의 경제에 대한 기본인식은 "민주주의가 잘되면 경제도 잘 풀린다"는 정치만능주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김영삼대통령은 취임초기 "돈 많이가진 사람이 부끄러운 시대가 오고있다"며 반자본주의적인 발언을 했다. 이때 이미 오늘의 경제위기는 예고돼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보사태에서 보듯 부패와의 전쟁 역시 실패로 끝난 것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실패이다.민주정치는 책임정치가 아닌가. 민주계가 더 이상 정권재창출에 연연하지 말아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새시대 새사람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대단하다. 지난해 연말 공보처가 조사한 역사상 가장 좋아하는 인물에 박대통령이 세종대왕을 제치고 1위를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시대에 박정희 스타일인 개발독재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점이다.이웃 일본의 경제가 관료주의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정보화시대에는 개발독재가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발독재는 산업화시대에서 그 역할을 다한 것이다.이제는 새 시대에 맞는 새로은 제도와 질서가 들어서야 한다. 더 이상 과거파괴나 청산은 필요하지 않다. 새 비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투사에 의한 투쟁형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님을 확인했다.

"개혁이 필요한 시기에 민주투사를 대통령으로 뽑았다가 미래를 위한 개혁보다는 선명성을 위한개혁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같다"는 주간지 아시아위크의 지적이 새삼 눈에 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