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아침이다.
출근하기 전 머리 속으로 오늘 사무실에서 할 일을 정리하며 메모를 한다. 옷을 갈아입고 현관으로 간다.
아차, 메모를 잊었구나, 어디 뒀더라? 여기저기 뒤적이고 헤매서 찾아 백에 넣는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다가 뭔가 이상하다. 아, 삐삐. 다시 뒤돌아 안으로 들어온다. 여기저기 뒤적뒤적, 찾아서백에 넣는다. 아직은 기분이 괜찮다. 문을 잠그고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차시동을 건다.기분좋게 출발하려다가 아아, 낭패. 이번엔 휴대폰을 잊고 왔구나. 급히 올라가 휴대폰을 충전기에서 뽑아 백에 넣고 번개같이 현관을 나서려다 생각나는 긴요한 물건, 그것은 열쇠꾸러미다.현관 신발장 위, 식탁 위, 책상 위, TV 위, 이방저방 다니며 열심히 찾노라면 다급한 마음에 머리속은 텅 비면서 식은 땀이 흐르고 머리 뒤가 지끈지끈. 급한 김에 현관 열쇠구멍에 그대로 꽂아둔 채 뛰어 들어와 놓고는 그렇게 찾아 헤맨 것이다.
간간이 하나 더 일어나는 사건은 안경, 안경이 제대로 찾아지지 않아 어떤 때는 한시간도 넘게찾아 헤맨다. 때때로 안경을 쓰고서도 찾아 헤맸을 때의 참담함이란…. 이쯤되면 상쾌한 기분은간데없고 아침은 악몽이다.
이중 가장 우려되는건 열쇠다. 열쇠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뭉치에 열쇠가다섯이나 된다. 차, 집, 사무실, 어느하나 중요하지 않는게 없네.
다섯 열쇠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생각한다. 나같은 사람은 그저 아무것도 없는 편이 제일 속 편한데. 다섯 놈을 열쇠뭉치에서 풀어서 책상위에 나란히 늘어놓고 어느 놈을 없앨 수 있을까 궁리해본다. 아무리 해봐도 하나도 버릴 수 없어 나는 그저 한숨만 쉰다. 단지 마음으로만 '그저 하나도없는게 좋은데'하면서… 무소유의 자유, 정녕 꿈이런가?
오늘도 무소유를 꿈꾸며, 언젠가는 날 골탕먹이는 이것들, 열쇠와 호출기 휴대폰을 본때있게 던져버려야지, 벼른다.
〈전민진-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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