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잘못된 대학 술문화 이제는 달라질 때

입력 1997-03-18 14:28:00

봄과 더불어 대학 신입생들도 답답했던 교실을 나와 자유와 낭만이 있고 정의로운 학문이 있는진리의 상아탑으로 그 영광의 입장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이 대학울타리를 들어서기가 무섭게 모든 모임의 끝은 으레 술자리요, 신고식이다 뭐다하며 난생 처음 접하는 술을 대접으로 마시기를 강요당한다. 이런 폭주문화 탓에 신입생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술을 마시지 못하면 상대하지 않는 문화, 선배가 주는 술은 두말없이 받아야 하는 왜곡된 권위주의 문화, 술자리에 빠지면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웃지못할 문화, 한번 마시면 밤을 새워가며 자랑삼아 마시는 폭주문화가 지금의 대학문화다. 대학에서는 술을 못하면 바보 아닌 바보가 되고만다. 대학의 모든 문화는 술과 방탕으로 얼룩져 있으며 이미 이러한 사실은 대학 주변에서 서점대신 유흥가가 번창하고 있는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버스안에서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몇명의 신입생을 보며 "한쪽 손에는 입학증서와 교양안내 책자를 들고 비틀거리는 저 순진한 학생들 역시 몇년 후면 또다른 술꾼으로 변해있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악습의 고리는 이런 식으로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교 잔디밭에는 잔디가자라지 못한다고들 한다. 잔디밭에서 끼리끼리 술판이 자주 벌어져 사람들의 발에 많이 밟힌 탓도 있겠지만 잔디가 수분보다 알코올을 더 많이 흡수해 견디지 못하고 타죽는다고도 한다.만물이 회생하는 이 봄에는 파릇파릇한 새 잔디가 돋아나듯이 새로 입학하는 이 깨끗한 새내기들과 함께 새로운 대학문화가 돋아났으면 좋겠다.

정원길(대구시 서구 평리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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