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한보사건, 전면 재수사를

입력 1997-03-18 00:00:00

한보사건 첫공판에서 '깃털'로 자처했던 홍인길의원이 이 사건 '몸체'격으로 당시 청와대 한이헌·이석채경제수석비서관들의 대출압력사실을 처음으로 밝혀 큰 파문을 일으키면서 한보사건은 새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사실 한보사건은 수사초기부터 5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금융기관 대출이 이뤄지려면 권력핵심부의 용인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계속돼왔고 그 실체로 청와대쪽의 개입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정권의 실세로 지목돼온 홍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들과 당해 은행장들간에 이뤄진 단순한 정경유착사건으로 마무리지어 국민들은 검찰수사에 원천적인 불신을 가지면서 외압의 실체규명을 촉구해 왔다.이와 아울러 구속당시 깃털론을 주장하며 억울하다는 투의 발언을 계속해 온 홍인길의원이나 정태수회장의 심경변화로 공판과정에서 또다른 사실의 폭로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첫 공판을예의주시해 왔다. 홍의원은 이 재판을 통해 95~96년에 걸쳐 한이헌·이석채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말뚝을 박을때 대출을 해줬으면 공장을 짓도록 해주는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은행대출을 청탁, 6천9백억원이 한보에 건네지게 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 여기에서 우리는 본인들이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 사건의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함을 지적하는 동시에 몇가지 의견을 제시하고 자 한다. 우선 검찰이 이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할 당시 청와대쪽의 관련설을 완강하게 부인한 대목이 완전한 거짓으로 판명이 됐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검찰수사에 신뢰성은커녕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느분야를 은폐·축소했는지 수사자체를 믿을 수 없게 만들었고 국민들의 의혹은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게했다. 따라서 검찰은 이같은 국민의혹이 완전히 가실수 있게 하려면 전면 재수사를 하는 수 뿐이다. 이와함께 재수사도 신뢰를 얻으려면 PK출신이 주류인현수사진을 전면 교체해야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충고하는 바이다. 그 다음 홍의원의 진술에서 '…말뚝을 박을때부터 대출을 해 줬다면…'이란 대목에서 한보사건은 이미 사업추진단계부터 '몸체'에 해당하는 권력층 상부의 어떤 단안아래 시작돼 계속 정경유착이 이어져 온 것임을 강하게시사하고 있는 의혹들을 밝혀야 한다. 이 사건은 홍의원이 진술한 청와대의 두 경제수석단계에서이뤄진게 아니라 그 '이상의 선'이 있거나 청와대를 정점으로 유관 정부부처사이에서 유기적으로이뤄졌을 가능성을 강하게 내 비치고 있다. 따라서 진짜 '외압의 실체'가 누구인가를 반드시 밝혀야 하고 재경원, 은행감독원, 통상산업부, 건설교통부등 정부관련부서의 개입여부에 대한 전모를규명하지 않고는 숱한 의혹을 씻기 어렵다. 이 사건 수사방향은 '김현철 파문'으로 인한 정치권의변화 추세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정치권의 눈치를 살필게아니라 '국민의혹'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그대로를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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