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없는 압력행사 처벌 곤란

입력 1997-03-18 00:00:00

"한이헌·이석채 전수석 사법처리되나"

한보철강에 대한 거액 대출과정에서 은행장들에게 대출 압력을 행사한 청와대 전경제수석 한이헌(韓利憲)의원과 이석채(李錫采)씨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 불가론'이 시비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대출 압력 행사를 대가로 한 사례비 등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한 현행법 테두리에서 사법처리는 매우 어렵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말하자면 타인의 업무에 대한 압력 행사 사실만으로는 당사자가 공직자이든 아니든 '돈'이 개입되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없다는 얘기가 되는 셈.

이는 현재 인사개입및 이권청탁 등 비리 의혹으로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 김현철(金賢哲)씨에 대해 금품 수수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검찰이 캐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과 결코 무관치않은 일이다.

이에 대해 특수 수사관계자들은 다소 애매한 표현이지만 "사법처리가 불가능하다기 보다는 '매우어렵고' 명확한 판례가 확립되지 못해 공소유지에 자신감이 없기때문이라고 하는게 더 정확할지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돈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해서 사법처리가 꼭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시각을 토대로 굳이적용 법률로 생각할 수 있는 건 형법상 강요죄로 불리는 '직권 남용죄'다.

'직권남용죄'의 적용 쟁점은 무엇보다 △직권 남용의 유무 및 △상대방에 강요한 '의무없는 일'이명백히 불법한 행위를 강제한 것이냐 여부에 있다는게 법률 전문가들의 언급이다.직권을 남용하는 경우는 경제수석이 직무 범위에서 벗어난 사안을 놓고 직권을 악용했느냐는 문제로 은행 대출업무가 경제수석의 협의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일은 아니더라도 금융기관의 업무활동이라는 측면에서 결코 무관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게 검찰관계자들의 중론이다.또한 대출업무가 불법하게 진행됐느냐에 대해서도 한보에 대한 대출은 당시 국가 기간산업 육성이라는 정책적 명분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고 공장 부지 착공시부터 이미 대출은 진행돼 왔기 때문에 대출 그 자체가 불법이 되기 어렵다.

대출업무를 직접 책임진 은행장들이 대출 거부의사를 강하게 표시했으나 국가경제정책을 좌우하는 고위층의 압력으로 어쩔수 없었다는 사실관계가 드러난다면 문제삼을 소지가 있다는 얘기.또한 청와대 경제수석들이 은행장들의 반대에도 불구, "목 달아나고 싶어 그러느냐"는 수준의 협박성 강요사실이 드러난다면 사법처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은 판례 미비등을 이유로 '돈'이 없는 대출 압력행사에 대해 법적인 난점을 토로하고있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한보 비리에 대한 검찰의 단죄 의지 유무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오는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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