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이회창 이한동 고문

입력 1997-03-15 14:52:00

"누구와도 잡을 수 있다"

반(反)이회창의 기치를 제일 먼저 내걸었던 신한국당 이한동고문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이고문은 14일아침 집 뒤편의 구룡(九龍)산 등산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끝까지 내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당내파의 중심위치에 남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이고문의 발언 수위는 이날 내내 낮아지지 않았다. 그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정국수습과 국가발전을 위해 온 몸을 던져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나는 당내외는 물론 각계각층의 인사 등 누구와도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권력집중과 합리적인 국정운영문제국가와 당의 민주화 방향 등에 관해 고뇌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특히 '권력집중에 대한 고뇌'표현에 언론은 바로 내각제 개헌의 검토로 해석했다. 이고문측은 즉각 해명했다. "권력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운영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일 뿐"이라는 보도자료를냈다.

하지만 이고문은 이날 저녁 기자들을 만나 "다양한 방향이 있는 것"이라며 굳이 부인하려 하지않았다. 그는 "제도적인 것부터 권력행사까지 포함해서 모든 정치이론적 부분들을 고민해 봐야할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평소 발언에 신중하기로 정치권에 정평이 나 있는 이고문의 입에서 나온 말임을 감안한다면원론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당주변의 일치된 해석이었다.

이고문의 표현이 그 정도라면 상당한 수준까지 고려대상에 넣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었다. 물론당내외 일각에서는 여권핵심부에 대한 압박수단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이고문은 이대표에 대한 직격탄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대표가 '경선주자는 대표가 될 수 없다'고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데 대해 "정치적 양심과 도덕성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며 "말과 행동을편의적으로 바꾸는 무책임하고 신의없는 행태는 정치불신의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일련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고문이 앞으로 취할 행보가 가닥이 잡힐 것도 같다. 우선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표현에서 처럼 그는 당내 반 이회창 연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13일전국위원회 행사장에서 박찬종고문의 손을 잡고 귀엣말을 나누는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이고문은 공정경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경선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주자들과 같은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고문도 "공정경선을 위해서는 이고문, 김덕룡의원 및 서석재의원 등 민주계와도 손잡을 생각"이라고 했다. 김의원측도 일단 "공정 경선관리를 촉구하는 연대는가능할 것"이라고 화답하고 있다. 연대의 고리를 이대표의 공정성 훼손가능성에서 찾겠다는 뜻이다.

또 당내파의 중심을 형성하는 쪽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부권과 보수 구여권세력 등의 대표주자 자리매김에도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연대와 독자세력 형성을 병행하고그런 가운데 이대표에 대한 견제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의도다. 여기에는 이대표의 낙마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는 힘을 기르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구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그는 눈을 당밖으로 돌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당내에 그의 시선이 머물고 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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