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고문 입원 쇼크와 파장

대선주자 중의 한명인 신한국당의 최형우고문이 뇌졸중으로 쓰러짐에 따라 여권내 경선구도는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근래 민주계의 급격한 퇴조국면을 감안하면 최고문이 대선후보로 결정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들이 지배적이었지만 그가 당내 최대세력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여권내 경선구도의큰 변수로 작용할 것은 불문가지다.

특히 최고문은 새대표 인선과정에서 이한동고문이 경선포기를 거부함에 따라 새대표의 0순위로부각되었던 게 사실이다. 김용태청와대비서실장이 11일오후 "신임대표의 전제조건이 경선포기가아니다"고 기존입장을 바꾼 것도 최고문의 병환과 관련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석재의원도 11일아침 김덕룡의원과 함께 최고문과 조찬모임을 마친 뒤 부산초선의원들과 오찬을 갖는 자리에서 "최고문이 당대표로 결정났는데…"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정가는 최고문의 돌연 입원이 대표인선의 차질 차원이 아니라 여권내 경선구도의 대변화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물론 최고문이 경선 표결순간까지 나아갈 것으로 본 정가관측통은 별로 없다. 최고문은 지난 1일대통령과 독대를 마친뒤 측근의원들에게"당을 위하고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후보경선을 포기하고대표직을 맡을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윤환고문도 얼마전"최고문이 경선 직전에 후보를 사퇴할 것"이라고 사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최고문이 당내에 최대세력을 갖고 있고 또 여권내 최대사조직인 민주산악회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입원은 여권내 경선구도를 새로운 국면으로 내몰 것이 뻔하다.민주계 내부에서는 최고문이 민주계를 단합시키는 역할을 통해 영입파인사중에서 특정인을 지원함으로써 정권재창출의 중추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기 때문에 이번 최고문쇼크는민주계 일각의 구상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11일 민주계 중진3인의 회동도 민주계의 위기탈출 방안과 향후 대선정국에대한 민주계의 입장을조율하기 위한 모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측면에서 민주계는 향후 대선정국에서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문이란 큰버팀목을 상실한 민주계는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 일단 구심점을 잃었기 때문에 혼돈 내지는 분열이 가속화될 것이란 추측이 우세하다. 이번 최고문쇼크를 통해 오히려 이전보다 단합할 것이란얘기도 있지만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이 더 많다.

문제는 최고문을 대신할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점이 민주계 고민의 본질이다. 다른 민주계중진인김덕룡의원과 서석재의원이 최고문의 빈 자리를 메우기에는 한계가 명백하다. 다만 화합력이 뛰어난 서의원이 다소 부각될 가능성은 많아 보인다.

이제 민주계의 핵분열은 명약관화하다. 이렇게 될 경우 경선구도는 이회창, 박찬종, 이한동고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계가 단합해서 어떤 특정인물을 미는 게 어렵다면 기존의 유력주자들이 그대로 현상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최고문과 연대설이 나돌던 박찬종, 이수성고문이 손해를 볼 것이란 진단도 있다.

정가일각에서는 정치권의 기축세력이 흔들림에 따라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란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김윤환고문도 이회창고문쪽에 경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늘 야권의 상황변화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대변혁을 전혀 도외시할 수 없는 형국으로나아가고 있다. 〈李憲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