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온정의 손길

입력 1997-03-11 00:00:00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것 같아요…. 여전히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은 남았지만 더 이상 누굴 원망하진 않겠습니다"

대구 북구청의 강제 철거로 졸지에 보금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앉은 이명규씨(55) 일가(본보 7일자 31면)는 따뜻한 손길에 감격스러워했다.

"돈 한푼 받지 않고 전셋집을 내주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어요. 요즘 단돈 1백만원이아쉬운 세상인데.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이씨 일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유모씨(40)는 "매일신문기사를 본 뒤 팔순 노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도와주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씨 일가가 새 삶을 꾸린 곳은 수성구 황금동에 있는 상가 2층집 독채. 전세금만 3천만~4천만원정도 되는 곳이다. 반평생을 10평 남짓한 판잣집에서살아온 이씨의 부인 김점순씨(51)는 8일 새집을 둘러보고는 기쁨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목욕탕과 거실, 식당까지 갖춘 아파트식 양옥 주택을 보며 김씨 눈가엔 어느새 이슬이 맺혔다.

"얼마 전 취직해 서울서 연수받고 있는 딸이 어제 전화를 걸어 '집은 괜찮으냐'고 묻더군요. 걱정말라며 전화를 끊었는데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김씨는 이제 '진짜 내 집' 마련의 꿈을 꾸고 있다. 지적도에도 나오고 건축허가도 받은, 그래서철거당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내 집을. 대기업에 입사한 딸과 듬직한 대학생 큰 아들,군복무에 열심인 막내아들이 그 꿈을 실현시켜 주리라고도 믿고 있다. 조금만 더 고생하면 번듯한 집 한 채 마련할 것이란 희망에 김씨 얼굴엔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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