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으로 시작된 20여년간의 서울생활을 마감하고 대구로 회귀한 이후 이웃이나 서울의 지인들로부터 "대구생활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때마다 간략하게 설명하려고 이것저것 떠올리지만 언뜻 대답하기가 쉽지않다.
서울생활과 비교하면 제일 먼저 피부에 와 닿는 것이 출퇴근시간이 짧아 하루에 두세시간 더 길어진 것같은 인생을 살수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전세값이 싸서 더 넓은 집에서 생활하는 기분도나쁘지 않다. 또 각 분야의 요소요소에 인맥이 있어서 유사시에 도움받을 수 있는 점도 대구생활의 매력이다. 박봉의 월급쟁이가 대부분인 서울에 비해 경제적으로 안정된 전문직이나 사업가 친구가 많아 술을 얻어마시기가 쉽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답답한 점도 만만찮다. 우선 사고방식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며 체면에 너무 집착한다. 공중생활의 매너도 상당히 거칠다. 한 예로 식사하면서 주고받는 대화가 자칫 싸우는 것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목소리가 크다. 좁은 사회라 원리원칙을 고수하기가 어렵다. 해외출장때 서울을 경유하는 번거로움도 불편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내게 절실한 것은 문화적인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서울에는 항시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이 있다. 외화낭비로 비난받은 마이클 잭슨의 공연이나 일본연극인의 알몸연기가 화제가 되었던 의왕 세계연극제 같은 대형 행사도 빈번하다. 주말이면 우리가족의 좋은 휴식처가 되었던 한강 고수부지와 젊은이들이 마음껏 정열을 발산하는 대학로 등은서울생활의 추억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부분이다.
부산에는 국제영화제가, 광주에는 국제비엔날레가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생각할때 대구에도 한국제3의 도시에 걸맞은 문화정책이 있어야 겠다. 다행스럽게도 두류공원 야외공연장과 같은 문화시설이 늘어나고, 신천변과 양지로가 휴식공간과 문화거리로 조성될 계획이라고 한다. 하루속히 대구에서도 풍성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수 있게 되어 서울생활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기를기대해 본다.
〈대구방송 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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