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영어교육 국어훼손 없어야

입력 1997-03-05 00:00:00

교육부의 계획대로 초등학교 3학년생의 영어수업이 시작됐다. 시행전에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세계화'에 발맞추는 첫걸음으로 국제공용어가 되다시피한 영어조기교육을 마냥 외면하고 있을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새로운 교육방침이 사전준비가 부족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법적정비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첫 수업을 가진 4일 초등학교 3년교실의 풍경은 생소한 분위기속에서도 어떤 의미에선 생기도 돌았다는 얘기들이다. 새로운 시도는 처음엔 어색하고 얼떨떨하기 마련이지만, 그동안 교재편찬·교원연수등을 통해 준비해온터라 시간이 지나면 영어수업이 정착돼 가리라 본다.그러나 첫날 수업부터 현장에서 불거져 나온 문제점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비디오·그림교재·오디오테이프 등이 제대로 갖춰진 초등학교는 약10%%밖에 안돼 알찬 수업을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원들도 단기간의 연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엔 무리라는지적도 많은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상당수 그렇듯이 '시작이 반(半)'이라는 밀어붙이기식 방법으로 우선 출발부터해놓고 보완해 나가자니 당해연도 어린이는 부실수업을 면키 어려운 것이다.

교육부는 2000년까지 영어정규과목채택학년수를 단계적으로 늘려가면서 다양한 교재확보·교원의능력배가등 추가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나, 교육투자를 앞당겨서라도 이왕 시작한 초등생영어교육이 내실있도록 신속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

교재준비등의 부족뿐만 아니라 영어과외문제도 법령정비를 통해 바로잡아줘야한다. 교육법에 학교정규과목으로 채택된 과목에 대해서는 과외를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국어·수학과 함께 영어도 공공연히 학원과외공부를 시켜온 학부모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정규과목 지정을 받은 학년을 제외한 학생들은 학원과외가 가능하고 초등3년생만 묶어두는 결과가 된 것은 아무래도현실에 맞지않다.

결국 이번에 영어과외학원만 단속하고 국어·수학학원은 단속않다시피 해온 점을 어떻게 설명할수있는지 묻고 싶다. 사설학원들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 '학원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을 손질해서사회통념과 상식, 현실과 조화되도록 해야한다고 보는 것이다.

초등3년생부터 상급학년까지로 매년 확대해 나가겠지만 새로 시작되는 영어과목에 어린이들이 지나치게 심취할 정도로 분위기를 몰아가서는 안될 것이다. 학교서는 영어가 세계인이 되기위한 하나의 작은 부분일뿐이란 점을 느끼도록 이끌어줘야한다.

영어가 만능이 아니라 국어의 소중함과 함께 다른 과목과의 형평도 염두에 둬야한다. 자칫 들뜬분위기로 치닫는다면 교육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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