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소신있는 위기수합의 기대

입력 1997-03-05 00:00:00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말을 앞두고 다섯번째 총리로 정통 관료출신의 고건(高建)씨를 기용한 것은 앞으로 대통령의 시정 방향을 짐작케 하는 단서가 될듯도 하다.김대통령은 지금까지 주로 정치 신인을 총리로 중용, 개혁 정치를 추구하는 경향이었으나 이번에도지사와 서울시장, 국회의원, 청와대 정무수석등을 골고루 역임한 고총리를 기용한 것은 변화보다는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으로서는 임기말을 앞두고 있는만큼 발탁할수 있는 인물들의 범위가 한정돼 있다.

게다가 노동법 파동과 한보사태등 난제들이 가로 놓여있는 현 시점에 검증 받지 않은 인물을 기용하는데 따르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보다 이미 검증이 끝난 원숙한 인물을 발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런 여러 요인을 감안할때 고건씨의 총리 기용은 무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건총리는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도 건너지 않는다'고 할만큼 신중한 일면도 있지만 수서사건때는 외압을 뿌리치고 서울시장 자리를 용퇴하는 강한 면모와 깨끗한 일 솜씨가 돋보이는 사람이다.

그런만큼 앞으로 길어봐야 1년이 채안되는 임기동안 나라를 위해 마지막 봉사하는 마음으로 흔들리는 국정과 민심을 바로 잡을 것을 당부한다.

우리는 고총리가 임기동안 한보의혹을 무색 투명하게 규명해줄것을 기대하는 한편으로 노동법을둘러싼 무모한 논쟁을 매듭짓고 행정의 생산성을 높일것을 기대한다.

고총리는 12월18일의 대선(大選)을 이끌어갈 관리내각으로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줄 것을 바란다.

다시말해 신임 고총리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흔들려서는 안되며 어디까지나 정치중립, 엄정한선거관리자로서의 면모를 잃어서는 안된다. 이와함께 풍부한 행정 경험과 정치 감각을 바탕으로정책입안과 추진을 자신의 책임아래 둘수 있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 임기는 짧고 난제는 수두룩한 터수에 여당과 청와대 눈치볼 겨를이 없는만큼 총리 책임아래 밀어붙이는 두둑한 배짱과 탁월한 경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대통령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국무총리의 국정수행을 일일이 간섭할 것이 아니라 일단 믿고 임기말의 난국 수습을 맡긴만큼 그만한 권한과 책임을 총리에게 위임하는 것이 순리다.

우리는 고총리가 "마지막 국가에 대한 봉사라는 각오로 몸바쳐 일하겠다"고 밝힌 것을 마음 든든히 생각하며 대통령의 통치력을 보완하는 한편으로 자신의 경륜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최대한 발휘, 명예롭게 소임을 매듭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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