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종교 분쟁으로 곳곳서 신음

입력 1997-03-04 14:50:00

중국=최고지도자 등소평의 사망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중국은 최근 신강(新疆) 위구르자치구에서 잇따라 발생한 회교 분리주의자들의 폭탄테러로 등 사후 소수민족 분규가 분출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낳았다.

인도에 망명중인 티베트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오는 22일부터 대만을 방문하는 등 티베트 분리독립 움직임으로 이미 골치를 썩이고 있는 중국은 서부 변방 신강 위구르 자치구의 잇단 테러에 초비상 태세로 대처하고 있다.

한족(37%%)에 비해 회교를 믿는 위구르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신강지구 수도 우룸치(烏魯木齊)에서는 지난 1일 공안관계자들이 회교도의 분리독립운동을 저지하기 위한 비밀대책회의를 열다가 폭탄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신강자치구 정부는 이 사실을 전면 부인, 시가지 전역이 평온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곳에서는 등소평 추도대회가 열린 지난달 25일에도 회교 과격분자들에 의해 시내버스 3대가 연쇄적으로 폭발, 7명이 사망하고 67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터져 충격을 줬다.

또 지난달초에는 변방도시 이닝(伊寧)에서 한족과 위구르족간의 유혈충돌로 10명(정부 발표)이 사망하자 공안당국이 1백20대의 트럭과 버스를 동원, 2천명이 넘는 한족 주민들을 우룸치로 소개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독일의 한 인권단체는 이 사건으로 최소한 3백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위구르족들은 민족분규에 대한 강경진압정책을 묵인해온 등소평의 사망으로 지난 40년대 중국공산당에 의해 멸망한 동(東)투르케스탄 국가를 재건할수 있다고 믿고 있어 앞으로의 사태 진전이주목되고 있다.

미얀마=미얀마와 태국 국경지역에서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이 이질, 설사와 말라리아 등 풍토병에 시달리고 있는 카렌족 난민들.

지난달 중순부터 자치독립투쟁을 벌이고 있는 반군 카렌민족동맹(KNU) 거점지역에 대한 미얀마정부군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카렌족 난민들이 하루에도 수천명씩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피난길에나서고 있다. 그러나 태국이 국경무역이 활발한 미얀마정부를 의식, 난민을 강제송환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달 중순이후 지금까지 태국으로 피신한 카렌족 난민은 1만5천여명. 이중 5천여명이 태국군에의해 미얀마내 교전지역으로 강제송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면위원회는 강제송환자에 여성과 어린이도 포함돼있다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태국정부는 카렌족이 스스로 돌아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태국.미얀마 국경지역에 설치된 임시난민캠프에 수용돼있는 카렌족은 9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자신문 네이션지 등 방콕신문들은 미얀마정부군이 카렌반군과 교전하면서 카렌족 마을에 불을지르고 부녀자들을 집단 강간하는 등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얀마로 송환된 난민의 일부는 전투지역에서 붙잡혀 노예생활을 하거나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태국 인권단체들은 태국군이 현재 15세 이하의 어린이나 부녀자, 노약자 등만 어쩔수 없이 월경을 허용하고 있으나 이들은 노천캠프에서 배고픔과 질병으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구호를 호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2백여개의 이민족들이 1만3천여개의 섬에 흩어져살고 있는 다민족국가 인도네시아.인종 및 종교분쟁이 심각한 자바, 동티모르에 이어 보르네오섬 남동부에 위치한 칼리만탄주에서지난해말부터 촉발된 종족분쟁은 나라 전체를 통제불능의 '킬링 필드'로 몰아넣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지금까지 칼리만탄 원주민인 다야크족(섬 전체인구의 40%%, 기독교)과 마두라에서 이주한 주민(8%%, 회교)간의 유혈 분쟁으로 희생된 사람은 3백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인도네시아 정부는 3천여명의 군병력을 투입, 진압작전을 펴고 있으나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8일 인도네시아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재로 체결된 휴전협정도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종교문제보다 가난에서 비롯된 이번 유혈사태는 정부의 잘못된 이주정책이 얼마나 엄청난 화를불러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인구과포화상태인 마두라섬에서 칼리만탄으로 옮긴 이주민들은 다야크 원주민들이 차지하고 있던 경제권을 잠식, 종족간 불화가 겉잡을 수없는 폭력사태로 번진 것.

현지 선교사들은 목이 잘리고 심장이 드러나거나 시커멓게 탄 시체들이 거리에 쌓여있으며, 다야크족 젊은이들이 마두라 희생자의 목을 창에 꿰어 걸어다니는 등 충격적인 학살극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마두라 이주민 수천명이 인근 군비행장이나 마두라인이 대부분인 폰티아나크로 대피하고 있으며, 인접 말레이시아는 난민이 대량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을 잠정폐쇄하기도 했다.

스리랑카=지난 14년동안 5만여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스리랑카 내전은 정부군과 타밀족 분리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타밀엘람해방어린이'(LTTE)의 대립으로 어린이까지 전사로 희생시키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지난 1월초 자프나에서 발생한 타밀반군과 정부군과의 전투에서 5백여명의 어린이 전사들이 죽거나 실종됐다고 밝혔다. 이 전투에서 큰 타격을 입은 타밀반군의 소위 '베이비여단'은 7백여명의 어린이 병사로 구성돼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스리랑카 주재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대표 브리타 오츠버그는 "타밀반군은 스리랑카 북동부지역에서 정부군과의 전투로 사망한 성인 병사들의 수가 늘어나자 10세 이상 소년 소녀를 병사로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10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타밀반군은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병사 모집 전단을 뿌리며 민족을 위해 피를 흘릴 것을 의무로 촉구하고 있다는 것.스리랑카 내전은 19세기 이곳을 지배하던 영국이 차(茶) 생산을 위해 인도 남부로부터 타밀족을집단 이주시키면서 비롯됐다. 48년 독립후 계속된 싱할리족(전인구의 74%%, 불교)과 타밀족(18%%, 힌두교)의 갈등은 83년 정부가 타밀어 사용을 금지하면서 본격적인 내전으로 번졌다.모택동주의와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인도 남부 타밀족의 지원을 받으며 스리랑카 정부와 맞서고있는 타밀반군은 지난달초에도 정부군 기지를 습격, 정부군 및 반군 병사 71명이 사망하는 등 희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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