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人命輕視풍조의 極限不安

입력 1997-02-28 00:00:00

대구 동구지역 연쇄살인범의 범행행각에 접하면서 우리사회의 인성교육부재가 또 하나의 인명경시의 인격파탄적 20대 '망나니'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4건의 살인을 저지른 범행동기가 너무나 사소한데서 그같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인간이 만들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이같은유의 살인사건은 우리사회속에 얼마든지 재발할 수도 있다는 개연성에 더욱 불안을 갖는다.지금까지 드러난 범인의 범행을 보면 가출한후 용돈이 궁해서 돈을 훔치다 들키자 30대 주부를무참하게 살해했고 어린아이까지 죽이려 흉기를 휘둘렀다는게 첫 사건이었다. 이 범행은 결과적으로 11만원을 훔치기 위한 동기치곤 그 결과가 너무 끔찍해 정상인의 인성으로는 납득되지 않는살인이다.

더욱 이해가 안가는 것은 하룻밤 그것도 불과 1시간남짓사이에 3명이나 잔혹하게 살해한 동기부분이다. 우연하게 만난 남자미용사의 동성연애 몸짓이 거슬렸다고 죽이고, 연이어 들른 분식점에선 여고생이 시간이 늦어 음식을 팔수 없다며 퉁명스럽게 굴어 모멸감에 또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는 대목에선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 여기서 채 30분도 안된 상태에서 새벽기도를가는 60대 할머니의 가방을 뺏으려다 반항하자 무참하게 죽인 대목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안가는 범행이다. 아무리 인간본성중 악의 심성이 극도로 발로했다고 쳐도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보통인간이라면 두건의 살인을 저질렀으면 겁에 질리고 경황이 없어 어디론가 정신없이 도주하는게 상례이다. 더욱 가증스러운건 첫 범행후 친구에게 자랑삼아 얘기했다는 것이고 이걸 믿지않자범행현장에까지 데리고 가서 자신의 범행을 설명까지 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짐승이기를자처한 인격파탄적 한 20대의 망나니를 목격하고 있다.

고교중퇴후 몇건의 범죄로 전과자가 됐고 그런다음에도 더욱 흉칙해진 이런 유형은 우리사회 도처에 잠복해있다. 그래서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재현될지 그게 바로 심각한 현실이다.다행히 범인을 검거했으나 경찰의 수사태도는 크게 반성할바가 많다. 범인이 첫범행후 검문이 강화되고 수사촉각이 좁혀들면 잡힐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지만 그후 경찰의 검문검색이 없어17일동안 멋대로 활보했다는 자술은 '경찰수사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실증해준 것이다. 반경2㎞이내의 연쇄살인을 동일범이 아닌 개별범죄로 본 지휘부의 오판과 바로 이번 사건해결의 열쇠였던 당구장주인에게까지 갔던 수사진들이 이를 예사롭게 넘긴사실, 검문의 허술성 등등이 경찰의안이한 수사의지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대낮 주부피살이란 첫 범행부터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폈더라면 3명의 인명은 희생되지 않을수도 있었다는 분석에서 경찰의 뼈아픈 각성을 촉구하지 않을수 없다.

사회의 인명경시·인성교육부재가 만들어낸 20대 망나니의 인성마비에 의한 범죄는 그 병리현상의 제거가 바로 재발방지의 근원적 처방임을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다시 깨달아야할 심각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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