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國會運營 빗나가고 있다

입력 1997-02-27 14:38:00

한보 의혹규명의 '마지막 보루'로 국민의 눈길을 끌고있는 국회가 기대와는 달리 현안문제 해결과는 동떨어진 당략적(黨略的)인 정치 공방으로 시종하고 있어 한심한 느낌이다.이번 국회는 누가 뭐래도 한보 비리(非理)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위해 열린 국회다.국회는 또 노동법과 안기부법의 재개정 논의를 매듭짓고 경제회생의 기틀을 마련해야할 중차대한책무를 띠고있다. 그런데도 여야는 17일 국회 개회이래 3당대표 연설에서부터 문제의 핵심을 외면한채 서로 '내 잘못'은 묻어둔채 '네탓' 헐뜯기에 급급하더니 끝내는 김대중총재의 사상(思想)논쟁으로 치닫고 있으니 하늘아래 이처럼 치졸스런 국회도 다시 없을듯 하다.

굳이 따지자면 이번 국회는 처음부터 한보의혹 규명의 필요성을 굳이 외면하는 듯한 인상이었다.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면 청문회 개최든 TV중계든 가릴 것없이 최선의 방법을 모두 동원하는것이 마땅하고 필요하다면 김현철씨도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어야함은 당연지사다. 그런데도 이모든 사안들이 일일이 논란거리가 되고있으니 여야가 아직도 윗사람 눈치보기와 당리적(黨利的)이고 이기적인 자세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요컨대 여야는 말로만 한보의혹 규명을 떠들었지 내심 한보의혹 규명보다 한보에 쏠린 관심의 희석과 대선(大選)정국의 '프리미엄'에 관심이 더 많은 듯하다.

이런 맥락에서 신한국당이 당 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 침통한 모습으로 사과담화를 발표하는 한편에서 "김대중총재가 북으로부터 1만불 받았다"는 말을 들고 나와 해묵은 사상 논쟁을 재연시킨것은 의혹규명을 기대하는 국민눈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인 것이다. 물론 면책특권이 주어진국회에서 김총재 문제가 재론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9년전 검찰 수사후 공소 취소됐던것인데 '한보'를 둘러싸고 치열한 정치공방이 여야간에 벌어지고 있는 이때에 새삼 거론, 국회가하루나마 공전된 것은 자칫하면 한보의혹 규명 분위기를 희석시키고 대선 주자인 김대중씨를 흠집내려는 당략으로 오해받기 십상인 것이다. 그런만큼 우리는 이번 국회에서 여야모두 한보의혹규명을 비롯 현안문제의 핵심과 동떨어진 문제들을 연계시킴으로써 국정조사를 헷갈리게 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 것을 당부한다.

우리들은 요즘같은 국난기에 걸핏하면 이석(離席)을 일삼고 핵심과 동떨어진 질문으로 동료의원들의 실소(失笑)를 자아내는 그런 '3류 의원'들의 모습에서 심한 허탈감을 느낀다.남은 회기동안이나마 문제의 정곡을 찔러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성실한국회운영을 기대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