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收拾型 당정개편이라야

입력 1997-02-26 14:38:00

한보(韓寶)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사태로 당정(黨政)대개편이 불가피해졌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한보사태와 노동계의 총파업 위기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국난적(國難的)사건을 수습하고 경제회생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 정부·여당의 대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민주계 중심의국정 운영 기본틀을 탈피, 참신한 인재를 폭넓게 발탁해서 계파를 초월한 이들의 참신한 힘으로흔들리는 통치력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런 자세는 물론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은 없지 않으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민주계 가신 그룹과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부정부패로 잇달아 몰락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계파를 초월해서 인재를 발탁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모처럼 보여준 대통령의 포용력에도 불구 현 정권이 발탁할 인재에 한계가 있고 또 임기가 1년 남은 현시점에서 일할 시간조차 많지않음을 우리는 답답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는게 솔직한 심경이다.

그동안 민주계를 비롯, PK, 경복고계등 특정계파가 독식하다시피 국정을 전단해온 터수에 이들계파를 대체해서 발탁할 '참신한'인재가 정권 주변에 그리 많이 남아 있을는지. 또 설령 있다한들석양(夕陽)에 흔들리는 YS호에 동참할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수 없다.

게다가 지난4년의 서슬 퍼렇던 사정(司正)기간동안에도 개혁과 민생안정중 어느 한가지도 제대로이루지 못한 현정부가 임기말에 어떤 인재를 발탁해서 무슨 일을 어떻게 벌인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 정부가 일할 시간도 없고 발탁할 인재의 폭도 그리 넓지 않은 처지에 무턱대고일을 새로 벌일것이 아니라 대통령 임기말답게 지금까지 벌어진 사태를 수습하고 매듭짓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 당정개편을 이루었으면 한다.

새로 개편될 내각(內閣)과 신한국당 조직은 '시국 수습'의 성격을 띠고 우선 한보 의혹의 실체를규명할 수 있는 얼굴들로 짜여져야할 것이다. 25일 대통령의 담화에서도 여전히 한보의혹 규명과앞으로 한보 지원 여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던만큼 이를 명확히 매듭지을수 있는 인물들이어야 한다고 믿어진다. 또 이번 당정개편은 현안인 노동계 파업문제를 마무리 짓고 12월18일로예정된 대선을 공정하고 깨끗하게 매듭지을 태세를 갖추는데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되풀이컨대 지금은 새로운 정책을 세워 일을 벌일때가 아니라 얽히고 설킨 난제들을 마지막 봉사하는 심경으로 매듭짓기에 필요한 인재를 등용해야 할때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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