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댄 지하수 개발이 지반붕괴 일으켜

입력 1997-02-25 14:15:00

지난달 18일 대구시 북구 복현1동 정덕궁전 연립주택 지하주차장 지반이 20여m 아래로 꺼지는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원인은 5m쯤 떨어진 골든프라자 오피스텔 공사도중 건물 일부가 무너지면서 그 여파로 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더 근본적 원인은 다른데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지하수의 개발이 이러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하수는 지층 사이의 버팀대 역할을 함으로써 지반을 튼튼하게 하는데 개발이 무분별하게 이뤄질 경우 지반을 약화시키게 된다. 복현동 사고의경우 지반이 20여m나 내려앉았고 인근 주민들 역시 수년전부터 지반 붕괴사고가 끊이지 않는등불안한 상태였다고 말한 점으로 미루어 이 일대의 지반이 약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지하수와 관련된 한 연구기관의 최근 조사자료는 충격적이다. 한국자원연구소는 대구지역에 있는1만여개 관정의 지하수중 절반이상이 음용수로는 부적합하다는 결과와 함께 지하수위가 10년전에비해 최고 30m나 내려간 상태라고 밝혔다. 달서구 갈산동과 장기동의 지하수위가 지난 86년에 비해 20~30m 내려갔으며 중구 달성동과 수창동 20여m, 서구 평리동과 감삼동 15~20m, 북구 노원동이 5~7m 정도 내려간 상태라는 것.

주의해야 할 사례는 또 있다. 현재 대규모 취수원으로 개발중인 수성구 파동취수장의 경우 하루1만1천t의 지하수를 끌어서 신천에 흘려보내고 있다. 지하수를 이렇게 대량으로 개발하는 것은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나 지반 구조를 파괴시킨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안동-영천간 도수로공사과정에서 최근 지하수맥이 파괴되는 사례가 잇따르는등 건설공사과정에서손상되는 지하수맥도 심각한 문제다. 청송군 안덕면 수락리과 백자리의 경우 도수로 공사도중 지하 1백50여m 지점에서 지하수맥을 건드려 물이 넘치는 사고가 발생, 이를 식수원으로 하는 주민들이 생활불편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감안, 지하수 개발은 면밀한 지하수맥 조사와 함께 개발 한도용량, 이로 인한지반의 약화정도를 고려하여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남대 환경공학과 이철희교수는 "현재 지하수 개발은 지반구조를 약화시키는 심각한 상황속에서진행되고 있다"며 "지하수관정 관리를 소홀히 해 수질이 오염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에 못지않게지반구조와 연계한 지하수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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