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봄이 오면

입력 1997-02-25 00:00:00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지나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머지 않다. 제법 세차게 부는 바람도 흙내음을 품은 채 그다지 맵지 않고, 시냇가의 버들강아지는 한껏부풀어 있다. 바야흐로 봄이오고 있는 것이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계절의 순환에 새삼 신비함을느끼게 된다.

지난 넉달여 우리는 유난히 견디기 어려운 겨울을 지냈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 추위는 그리없었지만 그보다 더한 절망과 허탈감으로 뼛속까지 시린 을씨년스러운 나날들을 보냈다.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갖가지 정치적 사안들이 끝이 안보이는 갈등을 낳았으며, 온 나라가들썩거린 특혜와 비리 의혹이 바닥을 알수 없는 심연처럼 우리를 절망케 했다. 게다가 북한의 고위층 한명이 망명요청을 함으로써 한반도 기류는 예측할 수 없는 회오리에 휩싸여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루를 멀다하며 크고 작은 기업들이 잇따라 무너지는 '시계(視界) 제로'의경제상황….

이렇듯 이루다 꼽을 수 없을정도로 나라안팎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일들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모든 이들을 조바심나게 하고 있다.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궁즉변(窮則變)하고 변즉통(變則通)'이라 했다. 즉, 상황이 막다른 곳에 이르면 변하게 되고 상황이 변하면 다시 통하게 된다는 뜻이다.

새봄을 맞아 더 갈곳없이 막다른 골목에 이른 우리의 운명이 일대 변전(變轉)하여 다시금 통하게되기를 바라본다. 모든 갈등과 의혹이 훈풍에 봄눈 녹듯 사라지고 굳은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여린 새순처럼 한가닥 희망이 싹트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이다. 봄이 오면….

〈(주)우방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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