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대구 볼것이 없는가

입력 1997-02-24 14:19:00

많은 시민들이 대구를 볼 것이 없는 도시(?)라고 한다. 답사모임이나 청소년단체들의 문화유적 탐방에도 아예 빠져있다.

과연 볼 것이 없는가? 한마디로 '그렇지 않다'.

서울이 지난 94년에 정도6백년기념행사를 가져 대한민국의 수도로서의 자존심을 만방에 알린 것을 빼면 부산과 인천이 개항 1백년 조금 넘었다. 인구 2백만이상의 거대도시로서 4세기동안 지방행정의 중심이 된 도시는 우리 대구밖에 없다.

따라서 대구는 그 긴 역사만큼이나 많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등록된 문화재만해도 1백32점이지만, 그외 선조들의 혼이 깃든 역사의 현장이 아닌 곳이 없다. 달성은 우리나라 최고(最古) 토성이며, 팔공은 김유신이 이 산에 들어와 삼국통일의 비법을 전수받은 신라 오악(五岳)의 으뜸인중악(中岳)이고, 비슬(琵瑟)은 삼국유사를 저술한 일연(一然)스님이 득도한 유서깊은 산이며 통일신라는 수도를 이곳으로 옮기려해 한때 서울이 될뻔했던 곳이 이곳이다. 고려 태조 왕건과 견훤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던 곳이 여기이고, 3·1운동의 모태인 국채보상운동 역시 우리 대구에서일어났고, 한국전쟁의 마지막 보루 또한 대구였으니 골짜기마다 선조들의 발자취가 아니 남겨진곳이 없다.

전국토(남한)의 불과 0.9%%인 대구에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호인 측백나무가 있고, 세계적인희귀수종인 이팝나무의 원산지가 우리 대구다.

구지의 도동서원은 서슬퍼런 대원군도 훼철을 못시켰을만큼 동방5현중 수현(首賢)인 한훤당(寒喧堂)이 모셔져 있고, 가창 우록에는 귀화 일인(日人) 장수 모하당(慕夏堂)이 정착한 아주 특별한곳이다.

'볼것이 없다'는 것은 알려고 두루 살피지 않았다는 것일 뿐이다.

어느 학자는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다. 없다고 하기전에 우선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신토불이란 먹거리에 국한된 말이 아니다. 자신의 일부인 향토를 자신의 몸처럼 애정을 가지고 대해야한다.

문화유산의 해의 구호를 '알고, 찾고, 가꾸자'고 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것에 대한 지금까지의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리려고 한 것이니 대구라고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대구임업시험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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