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영〈연세대 교수·경제학〉"
한보의 금융스캔들이 검찰의 수사발표로 막을 내리고 있다. 관객은 주연의 등장을 기다렸지만, 결국 프리마돈나는 등장하지 않은채 깃털만 보여준 셈이다. 주연의 스타를 보지 못하고 극장을 떠나야 하는 관객의 심정은 어떠할까? 실망과 분노와 의혹만 무성할 뿐이다. 관객의 상식을 무시한또 하나의 드라마가 연출된 셈이다. '혹시나'했던 기대가 '역시나'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막을 내린다면 개혁의 기치로 성대하게 출발했던 문민정부의 마지막 장에 돌이킬 수 없는오점을 찍게 될 것이다.
*누구도 책임질 사람없어
그래서 정부 스스로가 더 늦기 전에 아직 막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이것이 '또하나의 드라마'를 탄생시키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이것마저도 놓쳐 버린다면 문민정부의 미래는 앞으로 오랫동안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 관객의 기대를 만족시켜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설립과정에서부터 부도에 이르기까지의 전모를 상세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인·허가에서부터 운영과정과 정리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은 당연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밝혀 주어야 한다. 소시민들의 이러한 궁금증도 풀어주지 못한다면 과연 누가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겠는가? 권한을 행사한 사람은 수없이 많은데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면 누가 정부를 믿겠는가?한편에서는 조그만 비리에도 가혹한 처벌을 받는데, 다른 한편에서 정치권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와 정치에 대한 불신과 의혹만 가중시키고 제도와 정책에 대한 회의와 좌절만을 안겨줄 따름이다.
둘째는 또다른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구조적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문민정부의 개혁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다시 말하면 제도의 개혁보다는 사람의 처벌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수없이 많은 사건이 터졌지만 그때마다 모두 마녀사냥으로막을 내려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비리를 창출해가는 근본적인 요인을 없애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스캔들을 만들어낸 정책과 구조의 개선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독립성 보장해야
셋째, 이제는 금융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이번 스캔들의 핵심은 결국 전근대적인 금융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은행장 인사가 정치권에 예속되고 금융정책의 핵심이 정부에서좌우되는 상황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금융비리를 창출해가는 구조적 고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제도를 개혁하는 일에는 인색하기만 하다.
은행이 자기책임하에 자신의 이익을 좇아서 사기업과 같이 전문경영을 하게 된다면 적어도 대형비리는 예방할 수 있다. 정부의 간섭과 통제만 줄여도 금융기관은 정상화되고 시장의 경쟁력은살아나기 마련이다. 간섭과 보호로 우리의 금융부문이 가장 낙후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적인희화가 되어 있다. 관치금융으로 우리의 금융기관이 부실화되어가고 있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혁은 왜 아직도 추진하지 않는가?
*정치자금 투명화 필요
비리의 온상이 되어 온 60년대식 정치자금의 운용도 이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한푼도 받지 않겠다는 구호가 무색하게 아직도 정치권은 검은 돈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치권이 조건없이 받는 것은 책임이 없다는 해괴한 논리를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정치자금의 조달을 투명화시키는 것이각종 비리를 차단하는 첩경이 된다.
나라가 선진화된다는 것은 곧 어제의 비극을 다시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다. 숙연한 마음으로 또하나의 비극을 등장시키지 않는 지혜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의 미완이 내일 더 참담한드라마를 연출시키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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