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3黨 대표연설

입력 1997-02-21 00:00:00

신한국당 이홍구대표, 국민회의 신낙균부총재, 자민련 김종필총재의 제183회 임시국회 대표연설은현시국을 보는 여야의 시각이 얼마나다른 지를 입증해주는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여야 3당 대표들은 한보사태와 황장엽비서 망명 및 이한영씨 피격 등 충격적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현시국을 국가적 위기라고 규정하는데는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오늘의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 원인과 배경, 그리고 위기극복을 위한 대책과 처방에 대해서는 접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근본적인 시각차를 보였다.

대표연설에 이어 대정부질문과 한보사태 국정조사로 이어질 이번 임시국회가 여야의 연말 대선전략과 맞물려 과거 어느 국회 보다도 격론이 벌어지는 국회가 될 것임을 예고해 주는 대목이다.한보사태의 경우 이대표는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심어진 부패구조'와 '구태의연한 정경유착'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여야를 포함한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라고 규정했다.이대표는 그러면서 정치자금법, 선거법, 정당법의 개정과 공직자 재산공개법의 보완 및 의원윤리규정 등 정치제도의 전면개혁 뿐아니라 '3김정치'의 특징인 '붕당정치'와 '대권정치'의 중단을 촉구했다.

야권은 그러나 한보사태를 '권력과 재벌간에 이뤄진 비리커넥션'이라고 규정하면서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정치권 전체가 아닌 권력내부의 부패구조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신부총재는 "한보사건은 결코 단순한 금융사고나 비리사건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김영삼대통령과차남 현철씨를 직접 거명하며, 92년 대선당시의 선거자금이 한보사태의 배경이라고 주장했다.신부총재는 이어 특별검사제 도입을 통한 한보사태 전면재수사와 TV청문회 형식의 국정조사를통한 철저한 진상규명만이 권력형 비리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김총재 역시 "한보사태는 권력과 금융과 재벌의 3자가 유착한 정권부패"라면서"한보와 정권은 공범"이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김총재는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한보사태의 철저한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TV청문회를, 장기적으로는 권력집중의 폐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내각제 도입을 처방으로 제시했다.

안보문제에 대한 3당대표의 인식도 평행선을 달렸다. 이대표는 황비서 망명은 북한이 언제든 '최악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안보에 대한 초당적 대처와 대북정책의 재검토를 강조했다.

신부총재는 그러나 황비서 망명이 공안정국 조성이나 야당탄압의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신부총재가 안기부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골자로 한 개정안기부법을 비판한 것도 이런 시각이밑바탕에 깔려 있는게 사실이다.

김총재는 대공수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상황인식에 대해서는 이대표와 거의 같은 견해를 피력했지만, 안기부가 아닌 경찰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그 처방에 있어서는 신한국당이 아닌 국민회의쪽을 지원했다.

현 시국에 대한 3당대표들의 인식 차이는 경제문제로까지 이어져,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무역적자 등 현재 우리의 경제상황이 위기에 봉착해있다는데는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그 처방과 대책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각차를 보였다.

다만 근원적으로 경제적 부패구조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국회에 '규제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이대표의 제의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 모두 대변인 성명을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써 향후 규제완화를 위한 국회차원의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제183회 임시국회 대표연설은 이처럼 최대쟁점인 한보사태와 안보문제에 대한 여야 3당의 기본시각에 엄청난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 연설이었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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