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팔려간 아이들

입력 1997-02-20 14:22:00

기독교 성경 창세기에 요셉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야곱의 열두 아들중 열한번째로 태어난 요셉은형들의 미움을 사서 장사꾼의 손에 넘겨져 애굽시위대장의 종으로 팔린다. 근면성실하고 믿음성있는 청년 요셉은 우여곡절 끝에 애굽의 국무총리로 발탁되어 나라에 많은 유익을 끼치게 된다.자기를 팔아먹은 형들을 용서하며 이스라엘 민족형성에 중추적 인물이 되는 역사적 사실이다.일제때 얼마나 많은 동족들이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가! 6·25동란때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혹독한 가난속에서 얼마나 많은 우리아이들이 미국과 서구로 팔려나갔던가? 그 수가 무려 14만명에 이른다.

몇년전 대구 미국문화원 원장으로 부임하였던 우창제(Robert Ogburn)씨나 지금도 눈물겹게 지켜보고 있는 성덕 바우만도 우리가 돌보지 못하고 버렸던 아이들이었다. 홀트 아동복지재단을 통해구미 각지로 입양되었던 아이들이 성년을 맞으면서 단체로 모국을 방문하였을 때 몇번 그들을 영접하여 애틋한 시간을 나눈 적이 있다. 입이 있어도 자기말을 할 줄 모르고 같은 핏줄이면서도원망의 소리 한마디 못하는 그들이 애처롭기만 하였다. 마음 구석구석 사무친 일들이 많겠건만도리어 조국의 과거를 이해하는 듯하였고, 우리가 그들을 냉소하고 있는데도 이미 그들은 조국을용서하고 있었다.

이 나라가 일본 압제에서 해방되고 다시 분단된 비극속에서도 북은 북대로 남은 남대로 수많은부끄러운 짓들을 멈출 줄 모르고 있다. 부르짖는 구호와는 달리 평화통일은 더욱 멀어지는 듯하다. 스스로 돕지 않는 민족을 과연 하늘은 돕겠는가?

이런 때에 왜 그런지 '팔려간 아이, 요셉'이 생각나면서 우리가 무책임하게 버렸던 아이들이 떠오른다. 건전하게 자란 그 아이들이 도리어 조국을 용서하고 조국의 통일과 선진화(국제화, 세계화)를 앞당기는 일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인물로 등장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깊어진다.우물안에서 아귀다툼하면서 산다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동산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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