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 로비수법 바뀌었나

입력 1997-02-20 00:00:00

'로비의 귀재'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검찰에서 진술한 로비수법은 세간에 알려진 전방위식로비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정씨의 진술을 근거로 그가 특혜대출 등을 위해 유력 정치인이나 현직은행장등 핵심요로(要路)에만 집중적으로 금품을 살포한 반면 관련 부처 공무원등 관계쪽 인사들을 상대로는 거의로비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있다.

이는 특정 시점을 가리지 않고 정.관.재계등 광범위한 계층의 인사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으로 금품을 살포해온 기존의 로비 스타일과 대비되는 것이다.

정씨는 검찰에서 "은행대출을 위해 광범위하게 로비했다가는 오히려 일이 잘 안될 수가 있다"며"힘있는 핵심소수에게만 로비를 해야 오히려 대출이 잘된다"고 진술했다.

동일한 로비비용으로 청탁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란 것이다.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은감원-재경원등으로 이어지는 대출결재 라인상의 고위 관료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다가는 사정기관에 노출될 우려가 크고 나중에 잡음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고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최병국 대검 중수부장은 "정씨가 은행장이나 영향력있는 정치인을 매수하면 대출이 가능해 굳이공직자를 상대로 광범위하게 청탁할 필요가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다"며 "정씨의 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수사팀으로서는 관계쪽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우리 현실에서 고위 공무원의 묵인 방조없이 정치인과 은행장에 대한 로비만으로 5조원이 넘는 특혜대출이 가능했겠느냐"는 것이 정설이어서 검찰이 '축소수사'의 의혹을벗으려면 정씨가 입을 열도록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것이 검찰 주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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