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일변도... 환율과의 전쟁

입력 1997-02-19 14:31:00

한국은행이 환율과의 전쟁에 나섰다.

한은은 18일 이례적으로 15억달러 이상의 보유외환을 시장에 방출, 미국의 달러값을 장중 최고달러당 17.80원까지 떨어뜨렸다.

외환시장에서 달러값이 오전 한때 기준율 대비 8.20원이나 폭등한 8백87원까지 치솟는 과열현상을 보이자 한은은 곧바로 대규모의 시장개입에 들어가 오후에는 8백69.20원까지 떨어뜨렸다.이에 따라 19일 아침에 고시될 매매기준환율도 8백78.70원으로 일단 전날보다 0.10원을 낮춤으로써 환율의 급등세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환율은 작년 한해동안에 8.2%%가 올랐고 올들어서만도 지금까지 3.9%%가 상승해 머지 않아 9백원대까지 치솟으리라는 전망이 시중에 나돌았다.

이처럼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외환시장에서 수출네고를 늦추고 수입결제용 달러매입을 앞당기는이른바 '리즈 래그스 현상(Leads & Lags)'이 일반화됐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그 근거로 국내 은행에 예치된 외화예금의 증가세를 제시했다.

환율의 오름세가 그리 심하지 않던 작년 9월에는 11억달러에 불과하던 달러표시예금이 작년 12월에 15억달러대로 증가한데 이어 금년 1월에는 30억달러, 지난 15일에는 35억달러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자금사정이 좋은 대기업 등 일부 기업들이 환율의 추가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면서 투기적 매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이날 시장개입을 하면서 현재의 환율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이례적으로 지적하고일부 기업체 및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 때문에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또 앞으로도 환율의 상승기조를 저지하기 위해 시장의 수요가 있는 한 선물환도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한은이 환율의 상승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막을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환율상승의 원인으로 투기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한은의 개입능력에도 한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3백억달러에 머무는 외환보유고를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하며 시중은행에 빌려준 1백억달러 이상의외화자금도 섣불리 환수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이날 한은의 시장개입 조치는 시장참가자들에게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상징적인의미가 더 짙다고 보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