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賢哲씨의 告訴, 의혹 씻길까

입력 1997-02-19 00:00:00

한보의혹의 배후인물로 설왕설래돼왔던 김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정동영대변인등 국민회의 소속의원과 당직자 6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한보배후의혹사건은 새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초엔 피고소인이 2~3명일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가 막상 6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치권에선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철씨가 고소를 한 직접적동기는 세간의 여론도 물론 있었지만 피소된 국민회의 관계자들이 한보특혜대출의 배후로 현철씨를 지목하면서 그 근거로 현철씨가 당진제철소 준공식에 참석했다는주장, 한보의 정보근회장과 동행, 애틀랜타올림픽에 참석했다는 주장등이 허위날조였다는 사실을밝혀 항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겠다는데 있는 것같다.

이같은 고소장이 막상 접수되자 국민회의측에선 '피의자가 아닌 고소인자격이 무슨 얘기냐' '적반하장' 운운(云云)하며 강한 반발을 하면서 면죄부를 주기위한 검찰수사의 들러리를 서지않겠다며 검찰출두를 거부할 태세이다. 뿐만아니라 국회 국정조사과정에서 증인으로 세워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있다.

이같은 여러 정황으로 볼때 현철씨의 고소행위가 과연 현실적으로 실익이 있느냐는 의문이 가지않을수 없다. 물론 현철씨 입장에선 억울한 누명을 벗기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일수밖에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건은 결국 야당의원들을 더욱 자극, 국회 국정조사과정에서의 여야 공방전을더욱 격렬하게 만들면서 그 결과는 예기치 못하는 단계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더욱이 현철씨 본인은 한보와는 절대 무관하다며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지만 어느 시민단체의 설문조사에선 절대다수의 응답자가 여전히 그가 한보배후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사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같은 근본원인은 검찰수사의 불신에 있다고 볼수 밖에 없다. 검찰이 한보사태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현철씨의 한보관련여부에 대한 의혹을 속시원하게 밝혔더라면 이같은 불씨는 애초 사그러들수도 있었다.

검찰이 이번수사를 하면서 남긴 의혹은 비단 현철씨 관련부분뿐 아니라 전·현직 산은총재무혐의처분이나 당진제철소 인허가과정에서 특혜대출에 이르기까지 간여했을법한 정부당국자들에 대해선 일체 손도 대지 않았다는 점등이 수사불신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어떤 '성역'을 남겨뒀다는 의구심을 잔뜩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검찰조사대상자들 누구도 현철씨와의 관계를 주장하지 않는데 무슨수로 그를 소환할 수 있느냐고 검찰은 항변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국가경제질서를 뿌리째 흔든 전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사인데다 강한 의혹마저 제기된 만큼 검찰직권으로도 사실규명을 했어야 했다. 현철씨가 고소를 하자 고소내용을 포함해 항간의 모든 의혹을 조사해 보겠다는최근 검찰태도는 이미 시기를 놓쳤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해명성으로 끝날 소지가많기에 조사자체가 또다른 불신을 살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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