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대표 국회연설

입력 1997-02-19 00:00:00

신한국당 이홍구대표의 19일 국회 대표연설은 노동법파동, 한보사태, 황장엽 북한노동당 비서 망명사건, 이한영씨 피격사건 등 우리가 처한 경제와 안보 등에서의 위기상황을 설명하며 정치권의자성을 촉구하는 데 대부분이 할애됐다.

이대표는 "정치, 경제, 사회, 안보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지금처럼 우리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때도 없었을 것"이라며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관점에 서서 위기를 직시하고 위기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정치권의 반성을 촉구하면서 이번 국회가 경제, 안보, 정치개혁등을 다루는 국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특히 한보사태와 관련,고질화된 정경유착의 필연적 결과라고 전제, "이같은 부패구조를 청산하지 않고는 깨끗한 정치를 기대할 수 없으며 깨끗한 정치없이는 튼튼한 경제가 있을 수 없다"며검찰의 철저한 진상규명 및 정부의 한보사태 경위와 원인에 대한 설명, 또 이에 따른 책임을 촉구하는 한편 국회 또한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또 한보사태는 불법 로비와 특혜에 의존하여 기업을 경영하는 전근대적 경영방식과 금융권의 낙후된 실사 및 대출관행, 정부의 감독소홀 및 이를 방치한 정치권의 무책임 등 우리경제가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표본이라며 제2의 한보사태를 막을 제도적 장치중하나로 국회차원의'규제개혁특별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정치 개혁도 주장, 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등의 개정과 공직자재산공개법 및 의원윤리규정의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정당내 민주화가 실현돼야 한다고 말하고 정당운영이 총재 한사람과 측근에 의해좌우되는 '붕당정치'는 종식돼야 할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대선에 몰두한 경쟁의식은 더욱 정치의 퇴화를 촉진하고 있다며 구태의연한 대권정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대표는 또 황비서 망명사건, 이한영 피격사건 등과 관련, 북한체제가 돌이킬수 없는 마지막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안보의식 및 안보역량 강화는 물론 사회내부의 친북세력을 뿌리뽑는 동시에 안기부법개정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특히 자신도 참여해 마련한 89년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관련, "작금의 북한 상황에비쳐 볼때 대등한 관계를 전제로 한 이같은 통일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한지도 모른다"고말해 주목됐다. 그는 또 미국을 비롯한 우방과의 대북정책 협조도 적절히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말했다.

그러나 이대표의 이날 정치개혁과 관련된 발언은 그 또한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인사란 점에서설득력이 떨어지며 경제와 안보를 강조하면서 이번 국회에서 다시 다룰 노동법과 안기부법 재개정문제와 연관시킴으로써 정략적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裵洪珞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