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중심 식사문화-많은 양을 빨리 먹으려

입력 1997-02-18 14:07:00

"우리민족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숟가락 중심의 식사문화를 갖고 있는데, 이는 찰기없는 음식을빨리, 많이, 따뜻이 먹는 전통 때문이다"

배영동 대전보건전문대교수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수저의 음식문화적 특성과 의의'라는 제목의 논문을 최근 나온 국립문화재연구소발행 학술지 '문화재(文化財)' 제29호에 기고했다.배교수는 이 논문에서 "전세계에서 손으로 식사하는 수식(手食)문화인은 40%%에 이르고 젓가락중심의 저식(箸食)문화인은 30%%, 그 나머지가 나이프, 포크, 스푼을 이용하는데 우리민족만이유일하게 숟가락중심의 문화"라고 밝혔다.

이같은 숟가락 중심의 문화는 대부분의 우리 음식들이 물기가 많은 국, 탕, 찌개, 물김치 등 습성(濕性)인데다 예전에는 보리, 밀, 조, 피 등 찰기없는 음식을 주로 먹었기 때문이라는 것.게다가 삼국시대까지 밥을 지어먹지 않고 시루에 넣어 쪄서 먹었기 때문에 숟가락을 널리 이용할수밖에 없었다는게 배교수의 지적이다.

또 우리민족은 음식의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는데다 빨리 먹고 일어서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기 때문에 많은 양을 빨리 먹을 수 있는 숟가락이 단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배교수는 "이밖에 따뜻한 밥을 먹기 위해서는 속도를 낼 수 있는 숟가락이 필요했고 너무 뜨거운음식을 식혀 먹을데도 숟가락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숟가락은 기원전 6~7세기 유적으로 보이는 함경북도 나진 초도에서 출토된 뼈숟가락이며 젓가락은 6세기의 백제 무령왕릉에서 나왔다고 배교수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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