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도시인가-낙후 문예 시민회관

입력 1997-02-18 14:13:00

이렇다할 문화예술 공간을 갖지 못한 대구 시민들이 주저없이 내세우는 유일한 '문화 비상구'는대구문예회관과 시민회관.

문예회관은 연중 30여회의 자체 기획전과 공연 개최로 시립미술관과 국제규모의 공연장 하나없는척박한 지역 문화현실에서 그나마 시민·예술인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숨통 역할을 자처한다.

그러나 개관 8년째를 맞도록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일관, 여름철이면 문화공간보다는 피서지로,봄·가을이면 예비 부부들의 야외촬영장으로 더욱 각광(?)받을뿐 내실있는 문화 교두보로서의 위상과는 거리가 멀다.

인력구성을 보자. 매년 1백30여회. 쉴틈없이 열리는 각종 전시의 전담인력인 학예연구사가 고작 1명. 음악, 무용, 오페라, 연극등 연간 3백회이상을 자랑하는 공연부문엔 이마저 공석(空席)으로 관장과 공연계장이 직접 기획을 담당하는 형편이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문예회관의 퇴직공무원은 20여명이나 대구시는 지난해 8월 운영상 '전문성'을 높인다며 성악가 출신의 남세진씨를 관장으로 임용했을뿐 감량 행정을 이유로 퇴직에 따른 인력 충원을 제때 하지 않고 있다.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론 우수 전시·공연의 기획·유치보다는 적정 관객을 동원하는데 적합한행사에 더욱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남 관장의 말대로 전문인력 부족은 경직된 운영과 맞물려 의욕적인 행사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문예회관의 소장품은 기증을 포함해 6백40여점. 회화, 공예, 조각등 다양한 장르가 망라돼 있지만시민들이 이들 작품을 볼 기회는 매년 한두차례의 소장전때뿐. 일년내내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는소장품들을 분산, 각 구(區)별로 순회전을 개최하는등 적극적인 문화행정은 고려조차 않고 있다.청소년을 위한 문화행사도 찾기 힘들다. 방학중 초·중·고 학생들의 화랑가 순례는 패턴화된 현상이나 화랑가의 겨울철 전시가 뜸한 것을 감안, 문예회관이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지적도 만만찮다.

공무원들의 문화마인드 수준도 문제다. 설치작품전의 경우 모래나 흙등 작품재료로 인해 전시실바닥이 더러워지기 쉽다는등의 이유로 대관신청이 부결되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 낙후된 문화행정의 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75년 개관, 91년 문예회관 산하 관리소로 흡수·통합된 시민회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두달전 정년퇴임한 소장 자리는 아직 공석이며 연중 4백여회의 각종 전시·공연과 강연회, 교양강좌등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으나 일년내내 잦은 보수공사로 관람 분위기가 좋지않은데다 문화예술단체와는 거리가 먼 일부 관변단체들마저 무상입주, 삼류 문화시설로 밀려나고 있다.전시팸플릿에 '문화시장'이 쓴 격려사가 남발되고 시장이 한해 1백20여차례나 문화행사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대구=문화도시'라 믿을 순진한 시민은 없다.

달라진 것 없는 민선자치시대의 문화예술행정, '비상구'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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