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시사'정부대응

입력 1997-02-18 14:59:00

정부는 17일 북한이 황장엽(黃長燁)북한노동당비서의 망명사건에 대해 망명허용을 시사한 것과관련, 통일원 외무부등을 중심으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북측의 진의파악에 나서는등 다각적인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외무부는 이날 저녁 비상근무중이던 아·태국을 중심으로 조선중앙통신 보도 전문을 연합통신으로부터 긴급 입수해 즉각 북한의 진의파악에 나서는등 긴박한 움직임.

유광석(柳光錫) 아태국장은 이날 저녁 북한조선중앙통신 보도내용을 유종하(柳宗夏)외무장관에게곧바로 보고했다.

이어 외무부는 이날저녁 한남동 장관공관에서 유장관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한편 주중대사관에 긴급 훈령을 내려 북한측의 태도변화여부를 면밀히 파악하도록 긴급 지시했다.외무부는 특히 중국측이 황비서의 망명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북한측에 이미 통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파악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북한측이 망명이란 말을 사용했다고 해서 한국행을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뒤 "그러나 일견 의미가 있는 것같은 만큼 북한측의 진의를 다각적으로 분석중"이라고 언급.

이와관련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측이 국제관례에 따라 황비서를 한국으로 보낼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북한측에 통보함에 따라 북한측이 자구책 차원에서 이를 수용하는 대신 변절자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청와대측도 반기문(潘基文)외교안보수석을 중심으로 북한의 돌연한 태도변화에 따른 향후 대처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이같은 사실을 즉각 보고했다.통일원은 북한측이 황비서망명사건과 관련, 갑자기 종전의 입장을 바꿔 망명수용입장을 시사하고나오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채 북한측의 진의를 파악하고 대책을 논의하는등 기민하게 대처.제일 먼저 중앙통신보도를 접한 통일원 공보관실 관계자는 신속히 관련부서 및 권오기(權五琦)부총리겸 통일원장관에게 이같은 사실을 보고한데 이어 김석우(金錫友)차관을 중심으로 관련실·국장간 긴급전화통화를 통해 정확한 진상파악 및 정부대책을 논의했다.

임태순(任台淳) 남북회담사무국장은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내부적으로 신중한 검토를 거친 것이라고 전제, "북한은 식량난 등 대내적인 문제해결과 대미, 대중관계를 고려한 실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 배경을 분석.

임국장은 "북한은 올해 김일성(金日成) 사망 3돌을 마치게 되며 김정일(金正日)의 권력승계를 앞두고 나름대로 구상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용했을 것"이라며 "이젠 북한이 내부적으로 큰전환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진단.

또다른 당국자는 "북한은 내부적으로 제2, 제3의 황장엽을 막는 것이 더 급한 일이었을 것"이라며"따라서 앞으로 북한에서는 내부적으로 철저한 사상검증작업 및 숙청작업이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유엔가입, 남북정상회담 추진과정 등을 거론, "북한은 완전하게 궁지에 몰릴 경우 일시에 정책의 급전환을 추진한 사례가 더러 있었다"면서 "앞으로 우리의 침착한 대북접근 및 정책추진이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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