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일관성있는 대북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이번 사건의 의미를 정확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번사건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황장엽이 북한을 탈출하면서 망명지로 러시아나 중국 대신 한국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황은 모스크바 대학에 유학을 했기 때문에 러시아로 갈 수도 있었고, 또한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이나 또 다른 제3국을 선택할 수도 있었으나 한국에 오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북한정권의 통치력이 무너지는 경우 북한의 엘리트나 일반주민들이 남한 사회를 두려워하거나 모르기 때문에 중국, 일본등 제3국에 가기를 희망할 가능성이많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북한체제가 마비되는 경우 북한의 권력층과 주민들이 한국을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북한의 통치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의 창시자이자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이고 권력서열 상위에 있으며 김일성및 김정일과 매우 가까운 황장엽이 북한의 현실과 장래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일부에서는 북한을 찬양하거나, 북한의 장래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를 주장하거나, 또는 북한이 식량난을 과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의 주체사상이 허구이며, 북한이 정치경제적으로 얼마나 취약한 상태인가, 그리고 식량난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알게되었다.
이번 사건은 첫째, 북한 권력층의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한결같고 체제보존을 위해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부정한다. 황장엽은 자신의 주체사상 이론이 김일성부자에 의해 왜곡되어 독재의 도구로 전락했으며 북한이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라 봉건주의 국가라고비판하고 있다. 이로써 북한 권력층의 응집력에 대한 우리사회의 지나친 과대평가는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의 일부에서 주장해온 것처럼 북한 엘리트들이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김일성 부자에 대해 절대적인 충성심을 발휘하고 있다는 견해는 이제 수정되지않을 수 없다.
물론 북한에서는 남한의 부마사태와 같은 주민 저항을 예상하기 어렵고, 또한 북한의 권력층내에황처럼 김일성부자나 주체사상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 그리고자신의 비판적인 생각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인사가 얼마나 더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전혀 틈이 없는 것으로 보였던 북한의 권력핵심층에 구멍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둘째, 이번 사건은 북한 엘리트간에 체제 보존에 매달려있는 군부등 강경보수 세력과 자본주의요소의 도입 등을 포함하여 체제 개혁을 주장하는 세력간의 입장 차이와 갈등이 상당하다는 것을보여주고 있다.
황은 자신이 북한경제 등에 대해 바꿔보려는 노력도 하고 시도도 해보았으나 번번이 좌절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북한당국이 경제적 파탄에도 불구하고 무력을 증강하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여 왔다는 점, 그리고 잠수함 사건을 계기로 북한당국이 힘을 시위하였고 또한 미사일 시험을 하려 했으나 세계여론이 나빠 중지한 후 대미 협상에 나섰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김정일을 비롯한 북한의 보수세력은 개방과 개혁의 반체제성에 대해 더욱 두려움을 가지게 될 것이므로 대남관계 개선이나 대미관계 개선보다 당분간 내부 단속에 몰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셋째, 주체사상의 창시자가 탈북하였기 때문에 북한당국의 주체사상에 대한 태도나 해석에 있어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북한당국이 황을 '사이비'주체사상가라고 매도하겠지만 그의 비판으로 인해 주체사상이 대내외적으로 과거와 같은 권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앞으로 북한당국은 황장엽 추종세력에 대한 비판및 숙청과정에서 새로운 주체사상 창시자를 내세우면서 재구성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점은 이번 사건이 김정일 리더십에 미치는 손상이 크기때문에 공식승계 절차를 앞당겨 시행한후 대대적인 숙청과 함께 지도세력을 교체하거나 그의 권력기반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을 시행한후 공식승계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은 김일성 통치시기에는 상상하기 힘든 것으로 그에 비해 김정일의 권위나 통치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사건의 이러한 의미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 우리는 남북한관계의 장래에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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