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졸업식 풍속

입력 1997-02-14 00:00:00

경북대 특차에 합격한 ㅎ여고 3년 송주영양(19·가명)은 12일 큰 맘 먹고 장만한 30만원짜리 정장을 차려입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송양은 금새 기분이 상해버렸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않는 졸업식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친구들 옷차림에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다.대부분 수십만원대 정장, 외제 시계와 액세서리, 가죽 부츠로 한껏 치장, 졸업식장은 패션쇼를 방불케 했다. 7만원짜리 퍼머 머리를 한 친구도 있었고 귀를 뚫고 금귀고리를 한 학생들은 한 반50명 중 절반이 넘었다. 휴대폰을 들고 온 학생도 3~5명씩 되고, 무선호출기는 기본이었다.졸업식과 발렌타인 데이. 신세대 청소년들에게 2월은 선생님및 친구와 헤어지는 '슬픔의 달'이 아니다. 졸업과 발렌타인 데이를 핑계로 수십만원을 웃도는 외제 사치품을 사고 한바탕 흥청대는 '향락의 달'이다.

사전이나 만년필 졸업선물은 사라진지 오래. 45만원짜리 일본제 조끼, 15만원이 넘는 이태리제 패션시계, 7만원짜리 가죽손지갑, 18만원짜리 청바지는 '보통 선물'이 됐다. 한때 고가품의 대명사이던 '필라'가방,'트래블 폭스'신발, '닉스'청바지는 이미 보편화됐다.

신세대 고교 졸업생은 겉모습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졸업식이 끝난 뒤 가족끼리 함께 외식하는모습은 보기 힘들어진지 오래다. 10만원 정도 용돈을 받아 친구들과 오후 내내 쇼핑하고 맛난 음식을 먹으며 즐긴 뒤 나이트클럽을 찾아 화끈하게 뒤풀이까지 한다. 심지어 대학가 근처 여관에서 밤샘 술판을 벌이는 학생들도 적잖다.

12일 밤 8시부터 11시까지 경찰과 교육청, 구청에서 벌인 청소년 선도 및 유해업소 일제 단속 결과, 대구에서만 남녀혼숙, 심야음주소란, 유흥가 출입 등 1백97건을 포함해 모두 3백건의 청소년탈선 사례가 적발됐다.

ㅅ여고 서모 교사(32)는 "일부 학생은 50만원 가까운 용돈을 쓰고, 유명 메이커 옷가지, 액세서리하나 없으면 또래집단에 끼지 못한다"며 "아직 일부이긴 하지만 부모들의 묵인 아래 흥청망청 소비를 일삼는 청소년들 때문에 위화감이 생기는 등 교육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말했다.〈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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