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이버바라 비능강

입력 1997-02-13 14:20:00

한 4년전 전국 대학병원 원장들이 보건복지부 장관실에 불려간 일이 있었다. 병원들이 계속 불친절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위협을 받고, 몇마디 변명은 하고 내려왔지만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우린 아이들은 유치원에 둘어갈 때 부터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의사가 되려면 의과대학 입학시험, 의사국가고시, 인턴시험, 또 전공의 선발고사, 그리고 마지막,전문의 자격시험을 끝으로 일단계 경쟁을 마치게 되는 셈이다. 당락을 좌우하는 수많은 시험에는점수만 인정되고 인성같은 것은 아예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의료인이 되는 교과과정에서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밀릴수 밖에 없게 된다. 인성교육을 별로 받은 바 없는 젊은 의사, 간호사, 약사들은 자기점수로 따낸 자격증을 가지고 보무당당하게 병원으로 들어오게 된다.

어느 무식한 졸부가 최고급 신사복을 사입고 기차역 광장에 서서 시각표를 올려다 보고 있는데,"선샘예, 마산가는 차 미씨에 인능강 봐주이소"라고 한 촌사람이 물어왔다. 몇차례 되묻는 말에도아랑곳 없이 시각표만 올려 보고 있는 신사(?)에게"×도 모르능기, 옷만 빈지리…"중얼거리며 돌아서는데 그 신사가 촌사람 뒷통수에 대고 하는 소리 "니 한번 이버바라, 비능강…"과연, 글은 배워야 글이 보이는 것이지 신사복을 입었다고 보이는것이 아니다. 친절도 어려서부터배워야 베푸는 것이지 가운을 입힌다고 히포크라테스가 되고 흰 캡을 씌웠다고 나이팅게일이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또 친절이란 국민전체의 평균문화수준이지 병원만의 전용물도아니지 않는가?

그래도 병원은 물밀듯 밀어 닥치는 고객들에게 친절하자고 지금도 입버릇 처럼 다짐을 하고 교육도 한다. 병원직원으로 취직되어 들어오는 사람은 애당초 친절한 사람이길 바란다.대한민국, 인성교육이 없어진 나라, 참교육을 잃은 나라, 참으로 불쌍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것같다.

〈동산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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