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선후보 단일화 동면돌입

입력 1997-02-13 00:00:00

김대중, 김종필총재의 야권 후보단일화는 가능할 것인가.

한보사태로 여야 정치인이 줄줄이 소환되는 등 정치공황을 방불케 하면서 김대중총재와 김종필총재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는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권노갑의원의 한보자금 수뢰로 대선 도전에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한보와 관련해 아무런 연루자가 없는 자민련 김종필총재는 현재의 국면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때문에 자민련 내부에서는 "야권후보 단일화에 목을 맬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있다. 야권후보 단일화라면 김대중총재로의 단일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던 종전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김대중총재는 권노갑의원이 자신의 수뢰액을 고백했을 때만 해도 정국돌파에 자신감을 보여왔다.하지만 권의원의 추가수뢰액이 밝혀지고 권의원이전격 소환되자 기력을 잃은 모습이 역력하다.게다가 김총재는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지난 11일에는 자민련과의 합동의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등 극도의 피폐상을 보이고 있다. 대권4수 도전에 암운이 드리워 지면서 몸과 마음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김종필총재의 기세는 등등하다. 지난해말 자민련소속인사들이 잇따라 탈당했을 때만해도 국민회의와의 공조에 목을 매다시피 하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김총재는 최근 정국이 자신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때문에 최근에는자신의 무기인 내각제 개헌을 재차 거론하고 나서는 등 현정국이 내각제 개헌을 위해서도 호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16대 총선전 내각제개헌 실현이나 대의를 위해 야권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켜야된다고 입버릇처럼 되뇌던 것도 최근에는 쑥 들어갔다.

여차할 경우 야권공조나 후보단일화 논의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이같은 분위기는 공동집권론을 주장하면서 두 김총재 후보단일화를 주장해 온 박철언의원에게서도 감지되고 있다. 박의원은 그동안 야권의 단일화된 후보가 TK지분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으나 최근 야권후보단일화 가능성에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박의원은 12일 야권의 후보단일화는 TK의 위상과 미래가 전제돼야 한다며"단일화가 불가능할 경우 TK도 독자적인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TK지분 문제를 놓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바있는 DJ가 최근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보사태로 곤경에 처해있는 김대중총재가 기력을 회복하지 않는한 야권의 후보단일화 논의는 동면상태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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