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민주계 이탈조짐

입력 1997-02-11 15:13:00

한보사태와 관련, 홍인길의원의 검찰소환에 이어 신한국당 민주계 핵심인사들이 집중적으로 거론되자 현 정부들어 신민주계로 분류돼온 인사들 마저 돌아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신민주계란 지난 92년 대선당시 민주계 출신이 아님에도 당시 김영삼후보 지지에 적극 가담해 온핵심인사들을 처음으로 이렇게 호칭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4·11총선에서 민주계 핵심인사들의 공천 도움이나 협조를 얻어 당선된 인사들이 대거 가세하고 여기에 스스로 민주계핵심인사들과 이런 저런 연고를 대며 친민주계적 성향을 보인 이들 등을 포함시킨 통칭어.그러나 이같은 신민주계 의원들이 이젠 그처럼 불리는 것에 대해 달가워 하지 않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정치적 장래를 생각해야 하는 초선의원들은 적극적으로 이를 부인하는 모습도 보인다.이같은 현상은 지난 3일 신한국당 초선의원 35명의 모임인'시월회'에서"민주계만의 패거리 정치가 청산돼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드높았던 이후 더욱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이자리에는 신민주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었지만 노동법 파문에 이어 터진 한보사태 등으로 민주계 주도의 국정운영 난맥상이 성토되는 자리에서 침묵이 최선일 수 밖에 없었다.

민주계 맏형격인 최형우고문이 내무장관을 지낼 당시 같이 근무한 연고에다 최고문 주도의 원내연구모임에도 참여, 신민주계로 분류돼온 한의원은 오히려"PK(부산-경남)편중 인사 또한 배제돼야 한다"고 맞장구를 치기까지 했다. 그는 회의후 "나는 지금은 대통령 직계일 뿐"이라며 신민주계라는 호칭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민주계 핵심실세인 김덕룡의원의 후원아래 지난 총선에서 당선돼 신민주계로 분류되고 있는 지역의 한 의원은 10일"정치를 배우는 입장의 우리가 계파는 무슨 계파냐"면서 '등거리'를 유지하려는모습이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민주계의 본산이라 할 부산-경남지역 의원들은 심한 자괴감속에서 허둥대고 있다. 한 의원은 "당내에서조차 민주계라고 하면 이젠 미운오리 취급을 당하는 것 같은느낌을 갖게 된다"고 토로했다. 다음 총선에서 부산-경남지역 민주계는 다 몰살당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해있다는 소식도 들린다·특히 이들 지역에서 이번에 국회에 첫발을 디딘 의원들은 그 정치환경 탓에 거의가 신민주계로 분류되고 있는 데다 적극적으로 이를 부인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입장이라는 데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裵洪珞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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