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속앓이

입력 1997-02-11 00:00:00

국민회의가 11일 검찰에 출두한 권노갑의원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권의원은 말로만 김대중총재의'분신'이 아니라 그동안 김총재의 조직과 자금을 관리해 온 사실상의 당내 2인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한보연루는 김총재의 대선전략에 적지 않은 궤도수정을 요구할 정도다.

권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자민련과의 합동 의원총회에 참석한 후 검찰에 출두했다. 국민회의와권의원측은 최악의 경우 구속 등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면서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어쨌든 권의원의 낙마는 김총재에게도 새로운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김총재는 아직까지권의원의 구속에 대해 사생 결단의 강경자세다. 그도 그럴 것이 권의원의 한보연루는 곧바로 김총재자신에게 의혹의 시선이 쏠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보사태로 대선을 앞두고 최대의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던 국민회의 김총재로서는 최대의 피해자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권의원이 자신이 받은 1억5천만~1억6천만원이 순수한 떡값성 정치자금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당내 일부에서자정론이 제기되는 등 권의원처리에 단호한 입장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겨우 주저 앉힌 마당에 권의원을 여론단죄에 맡기자니 정치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마디로 권의원 처리문제는 국민회의의 딜레마가 되고있는 셈이다. 권의원은 지난 10일 간부회의에서 "부도덕한 기업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로인해 당과 국민여러분에게 누를 끼친것에 대해 참으로 죄송스럽다"며 사과했다.

그의 사과는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국민회의는 부담이 되더라도 권의원의 사과와 당의 유감표명 정도로 검찰소환 이후에 대처하는것으로 결론을 냈다. 권의원이 구속되더라도 국민회의는 그의 징계에 소극적이다. 국민회의는 권의원의 한보 연루가 국민회의를 한보특혜 비리의 공범으로 인식하는 고리가 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고 있다. 김총재 역시 이 점 때문에 권의원을 감싸 안으면서도 국민들의 시선에 잔뜩 신경을쓰고 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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