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가 '정치권 대숙정'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수족(手足)'이나 다름없는 신한국당 홍인길(洪仁吉),국민회의 권노갑(權魯甲)의원에 이어 차기 대권을 노리는 대선주자까지 한보사건에 연루된 인사로 거명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보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거명된 대선주자는 신한국당 김덕용(金德龍)의원. 지난 4·11총선 당시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총회장으로부터 5천만원을 건네받았다는게 일부 언론의 보도내용이다.홍의원에 이어 대선주자까지 구체적으로 거명되기 시작한 것은 수사내용이나 혐의의 진위(眞僞)에 관계없이, 한보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과거 어느 비리의혹사건 때보다도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는게 중론이다.
야당시절 김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렸던 그의 위상을 감안하면 소속정당이나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정치권내 어느 누구도 수사선상에서 제외될 수 없음을 입증해준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김의원은 "한보측으로부터 한푼도 받은 바 없다"고 연루설을 강력히 부인하며 '정치적음해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앞으로 검찰수사결과 김의원의 관련설이 부분적으로라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여권은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예상된다.
우선 여권은 대권구도를 다시 짜야만 한다. 김의원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게되면 이는 집권후반기의 레임덕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일정시점까지 대선주자간 '세력균형및 분할통제'를 유지한다는 여권핵심부의 구도를 손질해야만 할 필요성이 제기되기때문이다.
또 문민정부의 도덕성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깨끗한 정치를 내세워온 문민정부의 권력핵심부가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은 '한국정치의 풍토병'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뼈아픈 대목이기때문이다.
김대통령에게도 직접적인 부담이 가는 것은 물론이다. 김대통령 본인은 '취임후 단 한푼도 받지않았다'고 누차 공언해왔으나 야당측은 권력 핵심부에서 전개된 한보커넥션을 사전에 차단하지못한 책임문제를 놓고 집중공세를 펼 것이 분명하다.
한보사건 파문이 결국 정치권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막연한 추측이 보다 구체적인 전망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여권이 엄청난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검찰수사망에 여권의 대선주자까지 포함시켰다면 이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대대적인 숙정과 변화를 전제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실제로 김대통령이 취임후 최대의 위기인 한보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한뒤 정치판 판갈이가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그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혔다는 분석이 정치권주변에선 정설로 받아들여지고있다.
그러나 대선예비주자인 김의원이 구체적으로 거명되는 것은 한보사태의 확산이 아니라 마무리를위한 수순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대선주자와 김대통령의 핵심측근, 지방자치 단체장까지 한보관련 여권인사로 거명됨으로써 '한보게이트'에 대한 검찰수사의 밑그림이 사실상 완성된게 아니냐는 것이다.
야권도 김의원의 연루설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4·11총선당시 김의원의 선거자금 수수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수사를 '물타기 수사'라고 공격해봐야 여론의 호응을 받기 어렵기때문이다.
이에 따라 '3김정치'의 공멸을 우려하는 국민회의 등 야권이 문민정부의 도덕성에 일격을 가한것으로 만족하고, 한보사태를 '현정부 최대의 의혹사건'으로 남겨두는 선에서 '벼랑끝 수습'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정가주변에서 나돌고있다.
또 김의원이 거명된 것은 현재로서는 그 배경이 분명치 않다는 점에서 한보사태가 또 다른 차원에서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추측도 없지 않다.
수사상 극비사항으로 취급돼야 할 정치인 관련사항이 특정세력의 '정치적 전략'에 따라 공식발표전 유출된 것이라면 이는 '통치' 차원에서 다뤄야 할 심각한 문제이며, 만약 검찰내부의 '의도적언론플레이'라 해도 '관리'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의원 이름이 흘러나온 것이 단순히 한보사건에 임하는 여권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여권내 '불협화음' 또는 검찰내부의 비공식 유출가능성등 권력내 이상기류의부산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說)도 제기되고 있다.
김의원이 '결백'을 강조하면서 "무슨 장난과 음모가 있는 것 같고 진실의 뿌리를 캐들어가면 어떤 음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한 것을 단순한 주장으로 일축하기에는 상황이 매우 미묘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검찰의 수사결과와 김대통령의 정치적 결단, 여론의 큰 흐름등에 따라 한보태풍의 진로가최종 결정되겠지만, 아직까지는 그 진로와 피해의 정도를 누구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형국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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