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이수동의 동업자정신

입력 1997-02-07 14:12:00

7, 8년전부터 여러 그림 그룹들이 소위 명예회원제도라는 것을 두고 있다.

명예회원제도란 그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느정도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 등 서로 교분을가지면서 회원에 준하는 예우를 해 주는 것으로, 그룹운영에 상당히 도움이 되어 현재는 거의 모든 그룹들이 이 제도를 도입했고 명예회원이 많아야 역량있는 그룹이라는 인식마저 생길 정도가되었다.

그러나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시간이 가면서 우려할 만한 문제가 몇가지 생기고 있다. 일정액을기부하는 명예회원들에게 화가들은 답례형식으로 통상 그 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그림을 주게 되는데 이 관행이 어느덧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아 화가 스스로 그림값을 절반으로 내리는 형국이되어버렸다. 그리고 또 대구의 약10개의 그룹에 1백50명정도의 명예회원이 있으므로 1년에 1백50점이라는 적지않은 숫자의 그림이 화랑을 통하지 않고 명예회원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수만큼의 미술애호가가 화랑을 덜 찾게되므로 화랑의 침체는 가속화되며, 화가 역시화랑에서 개인전을 하더라도 원래의 자기 그림값을 제대로 받기가 점차 버거워지게 되었다. 여러그룹에 속해있는 화가라면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자연히 화랑은 출혈만 있는 '초대전'이나 '기획전'은 기피하게 되고 그만큼 화가들은초대받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부득이 많은 돈을 들여 '대관전'을 해야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우를 낳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명예회원제도는 그룹의 재정은 탄탄하게 할지는 몰라도 화가개인에게는 상당히 힘들어지는결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화가들의 창작활동에 도움이 되고자 만든 제도가 종국에는 화가 자신들에게 해가 되는 일로 되돌아 온다면 명예회원들의 뜻은 고맙지만 분명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고본다.

화랑의 불황이 곧 화가의 불황이라는 동업자 정신이 간절히 요구되는 요즘이기에 더욱 그러하다.〈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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