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檢察수사자세 석연찮다

입력 1997-02-07 14:46:00

한보사태에 대한 검찰수사가 착수된지 10일이 지났지만 뚜렷한 진전이 없다.

지금까지 검찰수사의 가시적인 성과라면 제일·조흥은행장 2명을 4억원의 수뢰혐의로 구속한 것외엔 거론할게 없다. 이런 가운데 정부나 검찰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갖가지 얘기는 언론을통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검찰수사가 그 많은 부문을 다 감당해낼지 의문이가기도 한다.

시중엔 출처불명의 소위 '한보리스트'란게 돈지 오래이고 그 속엔 정·관계등 인사 30~50명이 거명되면서 구체적인 혐의사실까지 유포되고 있는 판국이다. 그러나 검찰은 그에 대한 확인은 물론그 진위여부를 가리기조차 꺼리고 있는 인상을 준다.

그 와중에 김영삼대통령의 측근 가신(家臣)으로 청와대살림을 도맡아 왔던 전(前)청와대 총무수석을 지낸 홍인길의원과 김대중총재의 비서실장을 지낸 권노갑의원이 정태수씨로부터 7억원과 5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이를 계기로 검찰수사도 갑자기 급피치를 올리는듯 하다. 그러나홍의원은 이른바 '깃털론'을 내세우면서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완강히 부인했고 권의원은 5억원이아니라 1억5천만~1억6천만원을 받았지만 대출과는 무관한 순수한 '떡값'이었다는 투로 변명을 하자 검찰은 설연휴이후에나 진의를 알아보겠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밖에도 한보사태의 규명은 '외압의 정점'이 과연 누구인가를 밝히는데 있고 이번 사태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보의 인허가등 최초의 정책판단에서부터 부도가 나기까지 주도적인 역할은 누가 했으며 지금까지들어간 액수가 과연 5조원이 맞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일설엔 그중 2조원이 어디론가 증발됐다는의혹과 함께 정태수씨의 비자금액수와 출처등을 밝혀야만 이번사건의 진상이 규명된다는 주장이설득력을 얻고있다. 겉으론 검찰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같은의혹제기등에서 보듯 검찰수사는 어디엔가 미흡하고 템포가 늦어지고 있으며 사건의 핵심에 바로뛰어드는 것을 주저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심하게 지적하자면 검찰이 과연 적극적으로수사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홍인길·권노갑의원의 경우에서 이미 정태수씨로부터 사실을 확인해 놓고도 언론에서 지적하고 권의원이 이를 시인하자 뒤늦게 검찰은마지못해 그걸 확인해봐야지 하는 식으로 극히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서도 검찰수사의진행에 석연찮은 느낌을 받는다. 검찰은 언론이 너무 성급하게 앞질러 보도한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지만 지금 국민들은 국가의 장래가 좌우될 사안에 대처하는 이같은 검찰수사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비슷한 예로 두전직대통령비자금사건에선 언론을 앞질러 검찰스스로가 시시콜콜 파낸 부분을 언론에 바로 공개했던 적이 있던 그때의 태도와는 너무 판이한데서도 이번 검찰의 수사태도는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때마침 야당이 청와대의 지휘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기도했지만 검찰의 수사태도는 독자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어디엔가의 외압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강하게 느끼게 하고 있다. 수사미진은 자칫 엄청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검찰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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