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우웅- 우우웅- 우우'
은은하면서도 길게 늘어지는 여운이 10리 밖까지 들린 성덕대왕신종(에밀레 종)의 신비는 우리조상들이 창안한 세계최고의 음향기술 집적체다.
선조들은 1천2백년전에 세계 오디오산업을 석권할 수 있는 하이테크 집적체를 남긴 것이다.독일의 유명한 고고학자 켄멜박사는 "에밀레종 하나만 갖고도 훌륭한 박물관이 될 수 있다"며 "이 종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제일의 종이다"고 격찬한 바 있다.
종 내부에서 잡음을 걸러주는 음통, 정확하게 계산된 당좌의 위치, 소리의 공명현상을 이용한 명동, 잡음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장식된 문양(유곽, 비천상) 등이 어우러져 세계최고의음향기술을 발휘한 것이다.
이영배 서울대 명예교수도 "신라종은 현대 컴퓨터공학도 풀 수 없는 신비의 제조기법과 예술성은세계제일의 금속공예품이다"고 지적했다.
에밀레 종은 높이 366.5㎝ 종 하부 직경 222.7㎝ 두께 20.3㎝ 음통높이 64.8㎝, 중량 22t의 큰 종이다. 서기 771년에 박종일이라는 주종대박사가 만들었다는 명문기록이 이 종 표면에 있다. 그는 설계, 주조, 음향학적 기술 및 경험에서 세계 최첨단의 기술을 갖고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에밀레 종을 비롯한 신라종은 최상부에 음통과 용모양의 종걸이가 있으며 지붕에 해당하는 천판이 있다. 천판 바로 아래에 상대나 견대(肩帶)로 둘러쳐져 있고 그 아래로 유곽, 당좌, 하대로 이어져있다.
에밀레종은 하늘로 소리를 전달하는 나팔통 모양의 음관, 땅속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종각 밑부분의 울림통(공명동) 맥놀이(종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하는 주기)를 유지시키는 몸통부분 등 음향공학적으로 정밀하게 설계됐다.
에밀레종의 신비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아름답고도 은은한 음색이다. 서양종은 4백㎐ 이상의소리만 나오고 공중으로 전파되도록 하늘을 향해서 울린다. 이에 비해 중국종은 지상으로만 전파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종소리는 2가지 소리외에 땅으로 전파되는 소리가 포함되어 있다.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에게 전파되도록 설계된 우리의 종은 천지인(天地人)사상을 공학적으로 적용한 것.종소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타종 후 1초 이내에 사라지는 타음(打音)과 10초 전후까지 계속되는 진동이 이어지는데 이 소리가 멀리까지 전달된다.
이어 1분이상 계속되는 여운 즉 맥박이 뛰는 것 같은 맥놀이(BEAT)현상이 이는데 초당 울림횟수가 0.35회로 국내 종 가운데 맥놀이가 가장 길다(상원사종 2회, 해인사 종 2.4회).맥놀이는 종소리가 꺼질듯 감쇠하다가 다시 맥박치듯 계속되는 것으로 맑고 잡음이 없다. 긴 여운에 뚜렷한 맥놀이의 반복이 우리나라 종의 특징이고 생명이다.
신라 범종만의 또다른 독창성은 종고리 뒤에 있는 음통(音筒).
음통은 동.서양의 다른 종에는 볼 수 없는 특징으로 음향필터 작용을 하고있다. 음통이 강력한 지주로 작용, 타종시의 충격으로부터 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 주조에서 주형내의 가스배출에도 효과를 발휘, 음향필터작용, 지주역할, 가스배출역할 등 기능이 다양한 신라시대의 독창적인기술이다.
좋은 종소리를 위해서는 당좌의 위치도 중요하다. 당좌의 위치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는데 상대(上帶)부근을 타종하면 소리가 둔하면서도 약하다.
하대부근을 타종하면 종에 큰 소리가 나지만 종에 피로현상이 빨리생겨 파손되기 쉽고 수명이 짧게되며 잡음도 섞이게 된다. 그러므로 당좌는 종의 피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위치에 배치해야 한다.
상원사종의 경우 현대기계공학적으로 계산한 충격중심 높이는 44.8㎝이고 실측된 당좌의 중심높이는 46㎝이다. 용머리, 유두 등의 중량을 정확히 추정할 수 없는 오차를 고려하면 신라인들이 현대의 컴퓨터를 이용한 공학적 계산과 거의 일치하도록 당좌의 위치를 잡았다.
신라종의 또다른 특징은 종각하부에 공명동(共鳴洞)기능을 하도록 항아리모양의 '명동'을 두었다.상부에는 음통을, 종 하부에는 명동을 둔 것은 최소의 에너지로 크면서도 긴 여운을 파생할 수있도록 한 음향학적 기술이 있었다는 증거다.
이영배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2월 열린 성덕대왕신종 학술대회에서 "범종설계-모형제작-주형조립-용해 및 주입의 제조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며 "에밀레종에는 동 12만근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20여t의 종을 주조하기 위해서는 2명이 운반할 수 있는 도가니가 5백여개나 필요했다. 5백여개의도가니 온도를 맞추어서 고온의 쇳물을 연속적으로 주입하여야 했다. 종 제조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는 쇳물 속의 찌꺼기를 걷어내는 것인데 이 작업을 위해서 탈산 작용을 하는인이나 비소를 사용하기도 했다.
신라종을 통해서 이 시대에 이미 녹이 슬지 않는 양질의 사철(砂鐵)기술을 알고있었다는 사실도입증되고 있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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