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행운·금기'상징 풀이

입력 1997-02-05 00:00:00

덴마크 사람들은 어미닭이 품고 있는 알을 결코 세지 않고, 독일인들은 돈을 자주 세어보지 않는다. 충청도 사람들은 밤에 자는 사람을 손가락으로 헤아리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연유에서 일까.

행운과 금기를 의미하는 세계 각국의 상징테마 21가지를 풀이한 문화컬럼니스트 박영수씨의 '행운의 풍속'(새로운 사람들 펴냄)에 이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람들은 언제나 모든 일이 잘 되기를, 운이 좋기를 바랐다. 이 때문에 행운을 만나기 위한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나 행동에는 저마다 차이점도 있지만 공통점도 많다. 저자 박씨는 큰 관심거리이면서도이제까지 종합적으로 조명되지 않은 점복과 꿈, 부적, 풍수지리, 까마귀, 운명의 여신, 수정구슬,침뱉기, 말편자, 거석등 각 나라의 풍속에 녹아 있는 행운과 금기의 상징문화를 상세하게 풀이,서로 다른 문화권의 이해를 꾀하고 있다.

문화권에 따라 점복의 의미와 꿈에 대한 생각은 다양하다. 돼지꿈이 우리나라에서는 횡재의 의미로 길몽이지만 힌두교도와 회교문화권에서는 재수가 없거나 최대의 경멸을 나타내며 서양에서는남을 배신하고 그로 인해 마음의 고통을 받는다고 여기는 흉몽이다.

수많은 문양과 숫자도 인종과 나라에 따라 행운 또는 금기의 상징으로 엇갈린다. 동양문화권에서는 가장 많이 나타나는 박쥐문양은 다산을 뜻해 행운을 상징하지만 이슬람문화권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의 표현을 금기시해 동물문양이 드물다. 또 중국인들은 복(福) 녹(祿) 수(壽) 희(喜)등글씨를 문양으로 만든데 비해 우리나라는 게 갈대 오리 석류 물고기 학등 시각적 문양을 선호했다.

한편 재앙을 막고 행운을 부르기 위해 만든 부적이나 행운의 여신도 그 의미가 나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풍뎅이를 신성시한 이집트인들은 질병을 막는 부적으로 풍뎅이를 썼고,고대 그리스인들은 아테나 여신을 기리는 뜻에서 올빼미가 새겨진 4드라크마짜리 은전을 소중하게 생각했다.또 고대 슬라브인들의 '모코슈'나 힌두교도의 '락슈미', 바빌로니아인들의 '이슈타르'등은 모두 행운의 여신으로 숭배했지만 중국,일본에서는 남신이 행운의 주관자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저자박씨는 동서고금을 통해 사람의 인식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이같은 상징을 통해 행운을 부르고 불운을 막는 인간의 다양한 노력을 체계화해 제시하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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