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北, 4者 설명회 무산시켜

입력 1997-02-03 00:00:00

4자회담 설명회가 예상했던 대로 무산됐다. 4자회담 자체에는 당초부터 뜻이 없고 식량지원을 비롯한 경제난 회생에만 관심이 있었던 북한이 마음먹은대로 되지않자 약속한 회담을 이유없이 연기시킨후 결국 결렬시켜 버리고 말았다.

북한은 잠수함침투사건을 마지못해 사과하면서 4자회담 설명회까지 기꺼이 참석하겠다고 했을때는 그들 나름대로 계산된 복안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미국으로부터 식량 50만t을 지원받기위해서였다.

막상 북·미간 식량문제 협상이 시작되자 미국 민간곡물회사인 카길사가 전면에 나서 북한의 마그네사이트등 광물과의 구상무역을 시도하자 북한은 의도한 공짜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식량협상을 깨버리고 미국정부의 지급보증을 요청하는등 엉뚱한 요구를 하고 나섰다.

북한의 4자회담 설명회 참석은 원래 진심이 아니었으며 식량확보의 미끼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들은 유엔대표부의 한성렬공사를 통해 곡물협상과 설명회를 연계할 것임을 분명히 했으며 카길사와의 거래가 결렬되자 4자회담 설명회까지도 무산시켜 버리고 지금은 '없었던 일'로 시치미를 떼고 있다.

그러나 답답한 쪽은 역시 북한일 수 밖에 없다. 식량난이 당장 체제의 와해를 몰고 오진 않더라도 굶주림이 누적되고 잠재된 불만이 폭발하면 언제 어떤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북한주민들의 식량배급량은 유엔난민수용소의 1일 6백50g의 15%% 수준인 1백g이며 그것도 오는6월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잠수함사과와 설명회참석등 마음에없는 행동을 해가며 식량구걸에 나섰던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같은 사정을 잘 알면서도 4자회담만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가져다 줄것 같은 착각속에서 지나치게 매달려 온게 사실이다. 4자회담은 북한의 태도여하에 따라 이상이현실로 변할수도 있지만 현재의 태도로 봐선 여전히 불가능한 나무에 매달려 있는 불확실한 과일일뿐 집착할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 정부의 시각도 좀더 고차원적이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설명회를 다른 회담과 연계하거나 조건부의 제물로 삼아서는 안된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유엔인도지원국(UNDHA)이 주관하는 대북한 식량지원계획에 인도적 차원의 소극적 참여를 고려할 뿐 정부차원의 적극적 지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북한은 술수와 생떼가 국제사회에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고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북한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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