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 수사 어디까지 왔나

입력 1997-02-03 00:00:00

한보 특혜대출 의혹사건 수사착수 일주일째인 2일 검찰은 사건 핵심인물인 정태수(鄭泰守) 한보그룹 총회장을 지난달 31일 일찌감치 구속한 이후 표면적으로는 소강국면에 접어든 느낌이다.한보그룹에 5조원의 특혜 대출을 가능하게 했던 은행권의 대출비리나 정·관계인사의 외압을 밝혀줄 결정적인 단서나 계기가 찾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검찰 수사는 한치의 오차없이 쉼없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중수1과(문영호검사)-은행권 대출비리 △중수2과(박상길검사)-한보그룹 내부비리 △중수3과(안종택검사)-대출자금 사용처 수사로 각 팀별로 업무를 분장, 이미 기초 조사를 매듭지었으며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정태수→전·현직 은행장→정치권 인사'순으로 수사의 큰 줄기를 정한 상태에서 각 파트별로 동시 다발적 수사를 병행함으로써 신속성과 효율성을 기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27일 수사 착수이후 일차적으로 김종국(金鍾國) 전한보그룹 재정본부장등 정씨의 최측근으로서 대출및 로비과정의 '커넥션'역할을 한 자금담당 실무자들을 조사함으로써 수사의 단초를 마련했다.

곧이어 한보그룹 계열사와 정씨 일가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회계기록을 확보하고 은행대출 담당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수사초기에 이미 특혜대출 경위를 상당 부분 확인하는 등정씨의 비리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따라 일단 부도에 따른 어음남발 등 겉으로 드러난 범죄혐의를 걸어 정씨를 소환,구속한 후 금융권및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정씨 주변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통해 정씨가 접촉해온 로비 상대의 윤곽을 이미 파악해놓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을 선별하고 있는 상황이다.정씨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은행장 또는 정·관계 인사들을 마구잡이로 소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관련,최병국(崔炳國) 중수부장은 2일 기자 간담회에서 "금품 로비를 받았다해도 범죄 구성요건에 맞아야 처벌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사실관계를 캐는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검찰은 예의 그렇듯이 공식적으로는 "현재로는 비리 혐의가 포착된 은행장이나 정치인은 없다"고말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대출과정에서 거액의 커미션을 받은 은행장 △정씨의 돈을 받고 대출 압력을 넣은 정·관계 인사 △국정감사를 전후로 '한보를 문제삼지 말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국회의원 △당진제철소 설립등 한보와 관련된 각종 인허가 과정에 개입한 고위 공무원 등을 구체적인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간의 내사 결과 정치인 4~5명,은행장 2~3명,고위 공무원 2명 정도를 범죄 혐의가 있는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정씨의 자백과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가·차명으로 된 정총회장의 일부 비자금 계좌를 확인,추적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수사구도로 볼 때 금주부터는 전·현직 은행장들과 정·관계 인사에 대한 수사가 은밀한가운데 숨가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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