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진 '옥수수 박사' (경북대 김순권교수)

입력 1997-02-01 00:00:00

옥수수박사 김순권교수(52·경북대 농대)가 요즘 새로운 고민에 빠져 있다.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꽁꽁 얼었던 남북관계가 북한의 공식사과로 한층 풀렸으나 북한 식량난 해결을 위한 자신의 '슈퍼옥수수' 개발노력이 실현될 지가 불분명하기 때문.

지난해말 몇몇 언론이 남북한 경색 정국 돌파계기를 '슈퍼옥수수'로 삼아야 한다는 보도 이후 김교수도 내심 옥수수가 대화의 '물꼬'가 되길 바랐다.

그러나 최근 '슈퍼옥수수'가 4자회담의 안건이 됐다는 보도를 접한 김교수는 더욱 당혹스러워 했다. 김교수는 1일 오전 "4자회담 설명회조차 열리지 않았는데 회담 공식 안건이 됐다는 것은 자신의 바람이 와전됐기 때문"이라며 "슈퍼옥수수를 통한 북한 식량난 해결은 북한이 한국에 자연스럽게 제안하는 형식으로 진행돼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옥수수가 정치적으로 이용될경우 가뜩이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애정어린 걱정 때문이다.김교수는 "현재 강원도 북부지역과 북한지역에 심을 만한 1천여종의 옥수수를 만들어놓은 상태이며 북한에서 본격 재배하면 이중 2-3종의 '합격품'이 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교수의 '또다른 걱정'도 만만치 않다. 현재 북한에는 2백-3백여명의 옥수수 전문연구가들이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20여명에 불과하다. 김교수가 '슈퍼옥수수'를 제공하겠다고 밝혀도 북한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적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북한 연구자를 직접 만나는 것이었는데'신상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당국이 허용하지 않았다.

김교수의 '동포사랑'은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북한이 민족화해 차원에서 남한의 지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에 가능하다는 '필요충분조건'을 과제로 갖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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