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부도사태-흔들리는 민주계

입력 1997-02-01 00:00:00

한보특혜의혹사건으로 신한국당내 핵심 세력인 민주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민심이반으로 현 집권층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데다 최근 최형우고문과 김덕룡의원 등 실세중진을 비롯 홍인길의원 등 소장인사에까지 한보사건과의 연루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가에는 민주계 실세들 중 일부가 다칠 것이란 얘기까지 나돌고 있어 민주계는 더욱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에 민주계 실세의 사법처리가 민주계 존재자체를 위협하는'자기무덤파기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인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어쨌든 민주계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민주계 출신의 두 대선주자인 최형우고문과 김덕룡의원이 이번사건을 계기로 자연스레 대선 주자그룹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요즘 이들도 대권 언행을 극도로 자제하며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이미 민주계 대선주자쪽에 가까운 의원들과 심지어 다수 민주계 의원들도 비민주계 후보들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등 당내 대선레이스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기도 하다.한편 민주계출신 의원들도 정국혼란의 원인제공을 하고 있는 김영삼대통령에 대해 내놓고 직격탄을 쏘아대지는 못하고 있지만 통치스타일 문제를 놓고 강한 불평을 터뜨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일단 겉으로는 김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자제하는 대신 청와대와 당의 전면개편을 적극 주장하며 분위기 일신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계의 핵심 소장인사는"현재의 사태에 대해 청와대 비서진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 전면적인 비서진교체를 주장했다. 또다른 모의원도 "정권말기에는 대개 조용하게 일 마무리에 치중해야 하는데 어찌된 판인지 오히려 거꾸로 분위기를 더욱 강경하게 몰고가고 있다"며 "특히 청와대와 당내의 강경파 인사들을 교체해야 한다"고 톤을 높였다.이와 관련, 김철대변인이 당정개편이 없다고 확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가에는 당정개편설이시간이 갈수록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일부 비민주계 출신 대선주자 캠프사이에는 이를 넘어 김영삼대통령의 탈당조치의 불가피성을 흘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의 직접 공천에 의해 발탁된 YS직계그룹 성격의 당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시월회(총무 유용태의원)는 오는 3일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획기적 시국수습책을 제시하고 당내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어서 정권을 담당해 온 민주계는 더욱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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