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부도사태-로비의혹 밝혀질까

입력 1997-01-31 00:00:00

검찰의 한보 부도사태 수사가 정태수 총회장에 대한 전격 소환조사가 이뤄짐으로써 중대 고비를맞고 있다.

특히 검찰이 외압 시비와 맞물려 정·재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치권및 금융계에 대한 금품 로비의혹의 실체를 밝혀낼수 있을지 여부를 가리는 분기점에 왔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정씨 소환 이전부터 구속 방침을 이미 내부적으로 세워놨었다.

검찰은 일단 불법대출과 부도수표 발행 혐의로 정씨의 신병을 '안전하게' 확보한뒤 로비의혹을규명하는 수순을 선택한 것으로 볼수 있다.

정씨 구속방침은 로비의혹의 실마리를 푸는데 현재로선 그의 진술만이 유일한 돌파구인데다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한 압박작전이 구사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정씨 소환은 자진출두 형식이어서 신병 확보에 아무런 강제성이 없다.

검찰은 비록 정씨가 자진 출두했지만 조사 도중 범죄 혐의가 짙어지면 '도주및 증거인멸 우려'를앞세워 긴급 체포한다는 작전을 세워놓았다.

철야조사를 통해 단기간에 정씨로부터 모종의 단서를 끄집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자진출두한 피의자에겐 긴급체포 요건상 '우연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차후 증거인멸및 도주 우려가 클 경우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데는 별다른 무리가 없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어쨌든 문제는지금부터다.

검찰은 정씨 소환을 시작으로 한판 승부를 눈앞에 둔 셈이다.

그동안 수서사건과 비자금 사건등 대형 비리 사건에 연루돼 수사에 관한 한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한 정씨가 쉽게 검찰의 의도대로 응해줄지에 대해선 비관적인 견해가 많은게 사실.지난해 말 한보의 부도가 충분히 예감된 이후에도 관계 당국은 경제적 파장과 정치권의 움직임을예의주시하며 향후 대책만을 구상했을뿐 사법처리를 위한 수사가능성은 고려해 본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따라 검찰로도 별다른 내사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본격 수사에 나선형국이라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이같은 점으로 미뤄 정씨를 상대로 한 검찰의 압박수사는 정보근 회장등 한보그룹 고위 관계자및출국금지된 전·현직 은행장등에 대한 소환조사를 병행하는 것으로 시작될 것 같다.또 한보 관계자와 4개 주거래 은행인 제일, 산업, 조흥, 외환은행의 전현직 은행장들과 수시로 대질 신문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이날 한보그룹 정보근 회장·한근 부회장의 경우 "정씨와 부자지간인 점을 고려, 소환하지는 않았으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아니다"고 밝혀 추후 불구속 수사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정씨에 대한 검찰 수사의 초점은 대출금중 조성한 거액의 비자금의 사용처를 규명하는 작업이다.이 비자금으로 은행장들에게 커미션도 주고 정치인들에게 뇌물도 제공했을 것이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검찰이 정씨가 한보철강의 시설자금중 수백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사실을 일부 포착, 구체적인 확인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지난 94년말 4천8백54억원에 불과하던 한보에 대한 은행권 대출이 3조6천8백47억원으로 급증하고 △한보의 주거래 은행이 서울은행에서 제일은행으로 돌연 바뀌었으며 △지난89년 사업계획 발표당시 2조4천억원이던 당진제철소 건설비가 지난해 말까지 한보측이 한보철강에 들인 돈이무려 5조 9천여억원에 이르게 된 경위 △업계에서 검증되지 못한 철강제조 '코렉스'공법이 도입된 경위등도 밝혀져야 할 사항이다.

최검사장은 "언론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외압및 금품 수수의혹에 대한 매우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제,"한보 관계자등 그동안의 수사가 상당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의외의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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